가장 검은 새
조엘 로즈 지음 | 김이선 옮김
비채
1. 매력적인 표지와 표지에 떡하니 박힌 "희대의 범죄와 세계 문학사 최대의 미스터리가 드디어 밝혀진다!"라는 문구에서 보이다시피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그렇듯 사건은 이미 벌어졌으며 많은 용의자들을 소거법으로 제거해 가고 남은 한 사람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다가 반전을 드러내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추리소설에 비해 흡입력이나 추진력이 떨어지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매력적인 인물 군상들과 19세기라는 흥미로운 시대를 다루고 있어서일까? 이야기는 자꾸만 중심 축을 벗어나 곁가지를 친다. 아무리 곁가지를 무시한 채 읽어보려해도 그게 어디 쉬운가. 자꾸만 읽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때문에 집중이 쉽지 않다. 때문에 600페이지나 되는 소설의 양이 버겁기도 하다. 중간 중간 '그래서 도대체 메리 로저스는 누가 죽인거야!' 하는 짜증 섞인 탄식이 흘러 나오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 속에는 메리 로저스 사건 말고도 여러가지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신경써야 할 인물도 한 둘이 아니다. 각각의 인물은 각각 시대상을 반영하며 저마다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메리 로저스를 누가 죽였는지 알고 싶다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 한다. 여담이지만, 결론부터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지막 챕터나 마지막 10페이지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접해보았을,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가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약력이나 인생 등의 뒷얘기에는 그닥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지만(때때로 그런 사실은 책을 읽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해서는 워낙 아는 바가 없는 터라 표지에 적힌 "문학의 거장, 추리소설의 창시자 애드거 앨런 포의 숨겨진 진실"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에드거 앨런 포의 묘사-음울하고 병색이 짙은, 가난한 이미지-에 대한 느낌은 반반이다. 그의 암울한 작품 세계를 미루어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나 한편으로는 국내의 천재 작가 이상처럼 병색은 있어도 오히려 카랑카랑한 카리스마를 펼치며 여성편력을 뿜었다는 편이 오히려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뭐 작가인 조엘 로즈가 에드거 앨런 포와 19세기 문학, 범죄 등등을 표현하기 위해 엄청난 자료를 분석했다고 책날개에 써 있으니 그의 묘사를 믿어볼 수 밖에.
3. 어찌되었든 소설 속 사이사이 인용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시들을 보면서 문득 그가 자주 쓰는 소재 중 하나인 갈가마귀가 떠오르면서, 그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친구에게 선물 받아 흐뭇해 하다가 몇번인가 펴보고 말았던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전집을 꺼내두었다.
우울과 몽상
에드거 앨런 포 | 홍성영 옮김
하늘연못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씨엔(iandy1028)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0) | 2009.03.19 |
---|---|
앙코르 (0) | 2009.03.16 |
이선장이 들려주는 바다와 배와 항구에 대한 아름다운 노래 (0) | 2009.03.16 |
시모어 M. 허시의 세상을 바꾼 탐사보도 (0) | 2009.03.12 |
비즈니스 지니어스 - 피터 피스크 (0) | 2009.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