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
W.G.제발트 지음
창비(창작과비평사)
이 책 만큼은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삽화도 아닌,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면 보여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W.G.제발트의 <이민자들>은 제목 그대로 4명의 이민자들에 대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집주인으로 만나는 헨리 쎌윈 박사와 독일 작은 소도시의 초등학교 선생님인 파울 베라이터, 은행가 가문의 집사로 일한 암브로스 에델바르트, 유대인 화가 막스 페르버 등 책 속 4명의 이민자들은 자의, 혹은 타의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음에도 본인이 꺼려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다. 때문에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먹먹하다. 무언가 잃어버린 사람들에게서만 느껴지는 결핍이 느껴진다.
뒷쪽 역자 후기를 보면 W.G. 제발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을 실제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적재 적소에 쓰인 알맞은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이 소설이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그 구분이 모호해진다. 빛바랜 사진은 삽화와 같은 이미지 전달로 쓰이는 것 뿐 아니라 책 속 서술의 한 구성을 차지하기도 한다. 아래 사진의 맨 왼쪽 작은 아이가 000고모다- 하는 식으로. 때문에 무척이나 이 소설이 실화처럼 다가온다. 회상하는 말투와 전해듣는 이야기 식의 서술도 그런 분위기를 부추긴다. 국내에서는 이 책으로 처음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기회가 닿으면 그의 다른 책도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민이라는 부분은 나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직 집을 떠나 멀리서 혼자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본 적도 없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가본 적도 없다. 새로운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만나도 이방인인 것 같이 느끼는 그런 경험은 아직 해본 적이 없는 탓이다. 때문에 먹먹함이 더 크다. 이해하고 포용해줄 수 없는 곳에서 오는 먹먹함. 나중에 내 경험치가 더 쌓인 후 다시 읽으면 무언가 더 느끼는 것이 많아질 듯한 책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씨엔(iandy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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