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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본 여성-性과 사랑, 삶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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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성
츠위화 저
시그마북스
 
     

[일본 여성은 전 세계 남성들의 꿈이다]

예전에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본 여성들은 결혼하기 전에는 깜짝 놀랄정도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다가 결혼만 하면 현모양처로 돌변하기 때문에 소위 남성들의 권위에 여자들이 도전한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일본 여자의 그 나긋나긋함을 좋아한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물론 실제 일본 여성들의 생각을 들어본 적도 있는데, 스스럼 없이 자신들의 성이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런 특성이 그녀들의 보편성이 되어버린 것에는 어떤 근거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일본 여성들이 그러한 보편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 배경을 일본이란 나라의 과거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일본 여성이 독특한 운명의 궤적을 그리게 된 데는 일본의 특이한 혼인제도의 역할이 컸으며 어떤 의미에서 일본 여성의 삶의 가치와 인생의 희로애락은 그들의 결혼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결혼제도의 변천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방처혼 - 3세기경에 형성된 모계 씨족의 조직과 관념에 의해 방처혼이라는 제도가 생겨났는데, 방처혼이란 남녀가 결혼 후에도 각자 자신의 어머니 집에서 살다가 보고 싶거나 부부생활을 하고 싶으면 신랑이 신부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방처혼은 야마토 시대부터 시작되어 헤이안 시대까지 천년이 넘게 이어졌으며 이때만해도 여성이 혼인의 주체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초서혼 - 사위가 여자 쪽 집안으로 들어가는 혼인의 형태를 말한다. 즉 데릴사위 제도이다. 이 때에도 역시 여자들은 높은 지위를 점하고 있었고 재산을 물려줄 때에도 남녀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부계혈통을 중시하는 부권제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여성이 배우자를 선택하던 자주적인 권리는 위축되기 시작한다.

가취혼 - 이것이 바로 현대의 결혼제도와 유사한 여자가 남자 집에 들어와 살게 되는 결혼형태이다. 가취혼은 무사계급의 출현과 함께 나타났으며 무가사회는 군사적인 성격이 매우 짙은 남자들의 사회였기 때문에 모계제의 성격이 강했던 초서혼은 더 이상 존재가치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가취혼이 초서혼을 대신하게 된 것이 일본의 모권제가 부권제에 패배했다는 상징이라고 관련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이 때부터 여성은 경제적인 면에서 독립적인 지위를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으며 정략적인 혼인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일본 여성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현모양처를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

대만의 유명작가인 보양은 농담삼아 이런말을 했다고 한다.

" 집은 미국 집에서 살고 차는 독일 차를 타고 아내는 일본 여자와 결혼해 사는 것이 가장 좋다 "

저자는 일본 여성이 이러한 이미지를 갖게 된 근본을 5등친이라는 남존여비사상에서 찾고 있다. 5등친이란 가족과 친족을 구별하는 일종의 촌의 개념인데,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은 1등친이고 시부모는 2등친이고 남편의 조부모는 3등친이다. 하지만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아내는 2등친이고 장인장모는 5등친이며 아내의 조부모는 아예 5등친 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남존여비사상으로 인해 여성은 남성에게 예속된 처지가 되었으며 무사사회를 지내면서 여자의 역할은 "내조"라는 사상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근대화를 겪으면서 일본 여성들은 현모양처가 되기위한 교육을 받았으며 이러한 교육이념하에 현모양처 배출을 목표로 하는 여학교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하기 전의 여성들은 어떤 생각과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성에 대한 일본인들의 개방적인 태도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이며 아주 자연스럽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일본 문화의 기원인 창세기 신화에도 농도 짙은 성적 표현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을 숭배하는 문화적 분위기에서 성장한 일본 여성들은 성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일본 정부의 성에 대한 관대한 태도는 변태적이고 일그러진 성문화가 발달하는 데 한 몫 했다는 것도 지적한다.

이어서 저자는 게이샤들의 삶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게이샤에 대해 막연하고 얄팍한 지식만 가지고 있었던 나로서는 게이샤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일본의 과거 결혼 문화와 성에 대한 태도 등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고 그럼으로써 현대 일본인들의 성에 대한 태도의 배경을 알게 되어 좋았지만 일부 모델들의 사진을 마치 보편적인 일본 여성들의 모습인양 설명해 놓은 것은 검증되지 않은 증거를 보는 듯 하여 신뢰가 들지 않았다. 또한 용두사미라고 했던가. 마지막 장에서는 일본 여성의 '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성형과 미용에 대한 얄팍한 설명으로 대충 마무리 하는 모습이 앞장들의 자세한 설명을 무색하게 하는 것 같아 저자가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써내려간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본 여성의 성과 사랑과 삶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해주는 책이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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