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저자의 전작 <단순하게 살아라>가 너무 좋아서 책이 닳도록 읽어버렸다(유독 책 보관에 있어서만은 결벽증 환자인 내게 이렇게 상태불량인 책은 이 책과 빨강머리앤 전집 뿐이다. 하도 읽어서;;). 그리고 난 '단순행복시스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5년 후, 이번엔 부인과 함께 쓴 <단순하게 사랑하라>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결혼 직전에.
과연 그는 결혼을 앞둔 내게 어떤 조언을 해줄까?
사랑이란 긴 여정의 지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랑'도 과연 단순하고 명쾌하게 풀어낼 수 있는 영역일까?
궁금증과 기대를 가득 안고 책장을 넘겼다.
인트로에서 그는, 다시금 단순함에 대해 강조한다.
"당신의 삶은 알고 보면 그렇게 복잡하거나 피상적이지 않다. 당신 스스로 삶과 사랑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을 따름이다. 단순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을 보는 당신의 시선을 단순화하는 것이다(13p)."
그 복잡해보이기만 하는 사랑-수백,수천년전부터 지금까지 작가들에게 가장 인기있었던 소재. 어쩌면 그리도 다양한 색깔로 존재할 수 있는지, 어쩌면 그리도 쉽게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들어버리는지, 사랑만큼 희한하고 복잡한 게 또 있을까? 그런데, 이런 '사랑'도 실은 단순한 거라고? 정말?
단순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그림이 최고다. 아기들도 그림책부터 읽는 걸 보면 말이다.
이 책에는 일명 '사랑의 나라'의 전경이 그려져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다섯가지 형태의 거주지가 있다. 탑, 사랑의 천막, 장원(우리 나라의 경우 전원주택을 상상하면 좋을 듯), 어두운 숲, 왕궁이 그것이다. 저자 퀴스텐마허 부부는 이렇게 다섯 가지 거주지의 그림을 통해, 우리가 사랑의 나라에서 살아가며 거쳐갈 모험들을 설명하고 있다.
탑은 나 자신이 바로 서는, 자신에 대한 사랑을 충만하게 하는 공간이다.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만 다른 사람과의 사랑도 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탑에서만 머물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에 흠뻑 빠지는 공간이 사랑의 천막이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 외적인 매력에 끌리는 에로스뿐만 아니라 상대의 성품에 매력을 느끼는 아모르, 그리고 상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랑인 아가페. 이렇게 세가지 범주의 사랑을 고루 키워가야 한다.
천막에서의 사랑이 무르익으면 두 사람은 장원으로 이사를 간다. 천막에서의 삶이 목적과 계획이 없는 그저 황홀한 순간들뿐이라면 장원(여기에는 멋진 집과 정원은 물론, 밭도 있다)에서는 두 사람이 공동의 미래를 건설해가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할 일이 많아진다(왕초보주부인 나조차 절실히 공감한다.정말 할 것이 많다;;). 먹고, 쓸고, 돌보고, 가꾸고, 온갖 경조사에 함께 하고...이러한 장원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삶의 기쁨을 알게 되지만, 자신을 잃고 공동의 삶에만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길을 잃고 어두운 숲에 들어가게 된다. 이곳은 파트너와의 삶에서 위기, 그리고 심하면 파국에 이르는 상황을 상징한다. 이때야말로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늘 함께하겠다'고 결혼식에서 서약한 것을 증명할 때다.
힘든 과정이긴 하지만, 이 숲을 잘 통과하고 나면, 사랑이 머무는 마지막 장소, 사랑의 완성을 의미하는 왕궁에 도달하게 된다.
사랑의 나라의 그림을 보다가 생각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그렇다. 나는 이제 막 장원에 입주한 새댁이다. 집에서 부모님께 의존하고 살다가 이제는 온갖 집안일을 남편과 함께 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퇴근 후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밥먹고 과일먹고 설거지하고 청소 조금만 했을 뿐인데 하루가 다 갔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결혼을 한 것이 실감이 나지 않고, 그저 즐겁게 소꿉놀이 하는 기분이다. 소꿉놀이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 익숙해져 언젠가 식상해지고 때론 지치기도 하겠지만, 그때마다 수시로 이 책을 펴보려고 한다. 맛있는 된장찌게를 보글보글 끓이기 위해 요리책을 펴 듯, 평생 소중히 지켜야 할 내 사랑과 함께 왕궁에 입성하기 위해 이 책을 지도삼아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렇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사랑의 나라의 거주지 다섯 곳을 지혜롭게 통과하는 방법을 안내해주는, 고마운 여행지침서다. 사랑을 그저 모호하고 어렵고 가혹하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지침서가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의 괴로운 상황은 당신만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그 상황을 단순하게 이겨내고 통과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주니 말이다.
이제 막 장원에 입주한 내게 퀴스텐마허 부부의 나침반은 이렇게 가리키고 있다.
당신이 주지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길은 항상 있게 마련이라는 것, 싸움 또한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 누구도 자기를 희생할 필요도 없고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등이다.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이 세 가지를 꼭 상기하라. 우리는 당신이 힘든 고비를 넘을 때마다 뒤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말하게 되길 바란다.
"힘들었어.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어!" (157p)
퀴스텐마허의 책 <단순하게 살아라>와 <단순하게 사랑하라>.
단순하고 행복한 삶, 단순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앞으로도 쭉 내 손에 나침반처럼 함께 할 완전소중한,
행여 구겨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구마구 읽어댈 책들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노란지붕(realj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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