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신춘문예 당선동화
전성현 지음
동쪽나라
동화라는 장르의 소구범위가 한정되어 있었던가...읽으면서 순간순간 드는 생각이었다.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한 동화를 쓰는 사람은 결국 어른이지 않은가. 내가 이 이야기들을 읽고 느껴야할 것들이 그저 재미있다, 귀엽다, 에 그친다면 이 동화들을 쓴 작가님들은 몹시도 서운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참 좋다. 동화. 내 어릴적 삶의 한 귀퉁이를 가위로 조심스럽게 잘라낸다면 이런 모습들일까, 내 모습은 손으로 부욱~찢어 툭 놓은 제 멋대로의 모습이었지만 이 책에 나오는 16개의 동화 속 주인공들은 참 이쁘다...
심술을 부려도 이쁘고, 할아버지여도 이쁘고, 늙은 나무, 치매에 걸린 할머니,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치는 못된 꼬맹이, 변덕에 철없는 아이까지 모두모두 이쁘다. 동화의 소재나 주제는 매우 좁을 것이라는 내 편견을 깨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특히 외국인 노동자로 아버지를 한국에 보낸 아이의 심정을 담은 동화를 보곤 정말 깜짝 놀랐다. 동화도 글로벌 시대가 온 것인가...소소한 즐거움이 전부일 것이라고, 기껏해야 귀엽다 말겠지, 했는데 완전히 박살났다. 동화가 내게 세상을 좀 알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의 아이들이 너를 비롯한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이런 현실 속에서 이런 생각들을 하며 크고 있다고. 미안. 이라고 동화 속 주인공에게 말하는 바보같은 나 자신... 그만큼 진지하다.
심사평에 누군가가 동화의 본류는 판타지이고 꿈과 희망, 따스함이 스며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너무 실용주의적이어서 대부분이 눈앞의 현실에만 급급하다며 함정에 빠진 현상들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속한 현실은 늘 판타지가 가미되어 있고, 예측 불허의 말과 정이 오고가며, 그 안에서 아이들의 호소력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다고 늘 느껴왔기 때문에 동화의 주제는 현실이든 환상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성이라는 족쇄를 차지 않은 아이들에게선 절대선과 절대악의 공존과 그것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의식이 없기 때문에 진짜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동화라서 모두 착하고 아름다울 순 없지 않은가. 동심으로 돌아간다..? 미안하지만 갈 수 없고 가고 싶지 않다. 순수하게 사는게 얼마나 힘든 건지, 손해 보는 일인지 아니까. 어디서 많이 본 찌든 어른이 되어버렸으니까. 하지만 동심이란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싶다. 그래야, 아이들을 보며 "왜 저럴까.." 라는 내 수준이나 기준이 아니라 "아이니까...저 나이땐 저러니까..."라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식을 낳아보지 못해서 시니컬하게 이야기하지만 내 주변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 이 책에 나오는 동화속 아이들과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감탄했다. 환경과 가지고 있는 것들과 상관없이 사랑스러운 작은 생명체...
동화를 쓰면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작가들의 당선소감도 좋았고 정성스런 심사평을 읽는 일도 무척이나 즐거웠고. 너무나 진부하지만 부디 우리의 아이들이 동화 속 아이들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를, 있는 척 멋진 척 아는 척, 하는 척병에 걸린 쌤같은 어른이 되지 말고 꿈과 희망을 지속적으로 누리는 사람이 되기를...그렇게 빌어본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삐리리(tazzo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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