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30년의 기록
리처드 린지 지음
효형출판
퀀트(Quant)는 셀수 있는 양을 의미하는 Quantitative의 약자라고 합니다. 월가에서 속칭 금융 시장 분석가 또는 주식 투자 상담가를 이른다고 인터넷 사전에 나와 있는데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금융공학에 관한 책임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내용은 생각보다 훨신 이해하기 어려운 편이었습니다. 경제와 금융공학에 관한 용어들이 워낙 생소하고 전문적이어서 마치 양자역학의 개념을 처음 들을때처럼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처럼 들리더군요.
그러면서 왜 새삼 이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의문이 들더군요.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은 20세기 물리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중요한 혁신이었지만 일반인들에겐 이런 이론을 몰라도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기에 그 중요성을 간과한채 평이한 일상을 진리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데요. 이 퀀트들의 금융공학도 일반인과 상관없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좋았을텐데 현재진행형의 심각한 금융위기의 큰 원인일 뿐더러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도대체 퀀트란 뭐하는 사람들이기에 그토록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을까요?
여기 20여명의 성공한 퀀트들이 자신만의 성공담과 퀀트로서의 경력, 퀀트에 대한 정의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저마다 철학이 다르듯 퀀트로서 거친 경험과 금융공학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숫자를 다루고 그것도 아주 복잡한 응용수학과 컴퓨터 공학등을 이용해 작업한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경력도 이채로운데요. 경제와 금융학을 전공한 경우도 있었지만 물리학이나 화학, 수학, 컴퓨터 공학등 금융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출신들이 더 많았다는 겁니다.
산업화와 세계화등으로 세상은 더욱 복잡해지는 한편 경제, 문화, 사회, 정치적으로 긴밀히 연결되고 있는데요.
이렇듯 복잡한 현실 세게를 경제와 금융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를 숫자화 하고 정교한 모형으로 추상화해 다루려다 보니 전문적인 수준의 수학능력이 필요해졌고 이로인해 금융공학이라는 분야와 퀀트들이 등장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컴퓨터의 등장,발전과 함께 금융공학도 발전해 온걸 알 수 있는데요. 실제 세상을 숫자화 하거나 디지털화 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매트릭스 같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최소한 퀀트들은 경제와 금융이라는 분야에서 모든 현상을 숫자로 정량화하고 모형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신념과 열정이 있기에 금융공학이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것 같고요.
하지만 결과는 그들이 주로 다루는 리스크와 변동성의 예측이 때로 크게 어긋나면서 큰 실패를 겪고 있는걸로 보입니다.
퀀트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LTCM(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사)의 실패를 들 수 있는데요. 국내엔 '천재들의 실패'라는 책으로 번역되어 나와있는데 노벨 경제학상을 탄 두 명의 경제학자가 포함된 이 해지펀드의 성공과 실패는 퀀트의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본적인 경제학 이론중에선 해리 마코위츠의 분산투자 이론과 머튼 숄즈 모형등은 피터 번스타인의 '투자아이디어'같은 책들을 통해 그나마 조금 익숙해진 이론들이었습니다.
여전히 퀀트를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퀀트와 금융공학이 치명타를 입거나 퇴출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속속들이 파산하거나 구조조정등을 통해 겨우 연명하고 있지만 국내만 하더라도 기존의 은행들을 투자은행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여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는 여전히 정량화된 형태의 분석과 정보를 원하며 더 높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기꺼이 투자하려는 자본과 세력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욕망이라는 이름이 그 본질에 숨어 있겠지만 리스크를 정량화 하려는 시도는 아직 끝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것에 비유되는 이 퀀트들에 의해 우리의 경제사정도 자유롭진 못할 것 같습니다.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았지만 퀀트들이 무얼 하는 사람들이고 무얼 해왔는지 어렴풋이나마 그려지는 것이 있는 듯 합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버찌(unknow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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