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갈릴레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억관 옮김
도서출판재인
어떤 사건이라도 물리학자 유가와의 논리적 사고의 망에서 빠져나가기는 힘들다. 초자연현상들을 증명함으로써, 사건의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과정은 꽤 매력적이다. 사방으로 흩어진1000피스의 퍼즐 조각같은 단서들로 어느 순간 단숨에 문제를 해결해버리는 그의 천재성에 반할 수 밖에 없다. 논리와 감정의 배제, 그리고 그의 천재성이 공존하는 한 소설 속의 사건에서 미결이란 존재할 수 없다.
작은 정보도 놓치지 않고 그것을 토대로 가설을 설정하고, 증명해나간다. 처음에는 별관심없다는 듯 모른척 하기도 하는데, 일단 호기심이 자극되면 적극적으로 돌변하면서 사건에 집중한다. 형사이자 대학 동창인 구사나기는 그 점을 십분 이용한다. 그는 미결의 위험에 놓인 사건을 유가와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사건의 미스테리성을 강조하고, 그의 호기심에 부채질을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해결해야 할 사건을 그저 덮어버리지 않고, 가장 적합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서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구사나기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울 때에는 도움을 청하라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도 꽤 멋진 인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가 없었다면 애시당초, 사건과 유가와는 만날 수 없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한다. 천재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범재로 분류된 사람에게 왠지 모르게 정이 가서 그들은 두둔하는 것만은 아니다.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유가와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실로 재미있다. 사건 속에 숨겨져 있는 원리를 간파하고,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걸 따라 가다보면, 다음달부터 과학잡지라도 구독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다.
미스테리한,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사건이 인간의 알지못함과 조급함에서 도출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감정을 배제하고, 선입견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논리적인 자세로 상황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유난히 멋져보였다.
과학자는 실험으로 확인해 보지 않고서는 절대 이론을 입 밖에 내지 않는 거라며 구사나기를 간간히 애태우기도 하고, 논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아이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아이의 머리를 토닥여 주는 모습과 '금연, 머리를 더 둔하게 만들어서 어떡할 생각이야'라고 쓰여진 종이를 책 속에서 발견하면서, 꽤 재미있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소설 갈릴레오'는 꽤 인기 있었던 드라마의 원작이다. 드라마와 원작의 내용에 살짝 다른 부분도 있다고도 하니, 드라마만 본 사람은 원작으로, 소설만을 읽었던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올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지 알 거 같기도 하다. 여름의 더위는 사람의 의욕을 감소시키는 거 같다. 레이저 광선같은 햇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외출계획, 주말의 약속도 '일단 정지'되고 만다. 입맛도 잠시 가출을 하고, 즐거움을 위한 독서에 대한 열정도 한풀 꺽이는 거 같다.
그래도, 상큼하고 시원한 냉면 한그릇에 식욕이 돌아오듯이, 책 읽는 기쁨도 그렇게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더운 여름이라서,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존재한다. '탐정 갈릴레오'도 그런 책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더위를 일시정지시킬 한권의 책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앨리스(calypso1022)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애, 오프 더 레코드 (0) | 2008.08.28 |
---|---|
모래밭에 쓴 수필 (0) | 2008.08.28 |
사랑하라 너무 늦기 전에 (0) | 2008.08.28 |
무한질주 (0) | 2008.08.28 |
비밀스런 삶의 해부 (0) | 2008.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