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days 40years
오명사 지음
시디안
이 책을 읽는 중에 나도 저자의 아들이었다.
이 책은 스스로가 인생 제3막을 성공한 ‘자유인’으로 자평하는 월급쟁이 출신 서드에이지 플래너 ‘오명사’의 월급쟁이에게, 자식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들여 주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타당한 인생의 교범이다.
일단 난 이 책을 절반가량 읽다가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우선 스무권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책을 다시 들어 단숨에 읽었다. 책이 도착하면 우리 회사 직원 중 1차로 20대에 속한 이들에게 책안에 짧은 글을 써서 선물할 요량이다.
내가 나가는 이른바 사회적 명사가 모이는 자리가 있는데, 2년 전인가 열대여섯분이 모처럼 의기투합해서 전세버스로 강원도로 짧은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가는 도중에 짧게 자신의 근황을 마이크 잡고 소개(워낙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라 각자의 전문분야가 참 다르다)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는 그때 그분들이 알고 있는 내 본업말고 별도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고, 덧붙여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아실테니 그건 긴말할 필요가 없을테고. 여러분 혹 직접 집필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안해 봤나요? 자신을 위해, 후배들을 위해 인생을 정리하는 작업을 한다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일까요? 사실 우리 모두 얼마나 대단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나요?”
얼마 전에 그 일행 중 한분을 골프 모임에서 뵈었는데, 그때 내 애기를 듣고 현재 회고록을 쓰고 있다고 하면서, 기억을 정리하고 글로 만드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분은 지금은 은퇴했지만 말단에서 국내 굴지(아니 세계적 규모)의 건설회사 사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 방면에서는 가히 신적인 존재로 인정받는 분이다. 그분도 이 책의 저자처럼 ‘자랑(?)’(사실 이 책에는 저자의 밉지 않는 자식자랑애기가 가득하다)으로 가득찬 성공한 ‘자유인’으로 자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만날 그분이 인생이 참 궁금해진다. 이렇듯 우리는 한권의 책으로 선배들의 인생을 만날 수 있으니, 한 권의 책! 얼마나 대단한가!
사실 나 자신도 이제껏 누구의 지극한 코치를 받고, 특히 부모의 지도감독이나 이 책에서 말하는 전략적인 부모 밑에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만나고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했다. 언제나 내 스스로 결정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때론 활기차고 때론 후회하면서 살아왔다. ‘돈, 배경 그리고 실력’이라는 세 가지 무기 중에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돈과 배경은 일찌감치 타고나지 못했고, 오직 실력을 무기로 당당히 헤쳐왔다고 자부한다. 세가지 모두를 무기로 지녔다면 물론 좋겠지만 저자가 말한 바, 한가지라도 진정한 무기로 삼고 인정받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동감이다.
인생을 삼등분한 마지막 30년(이른바 제3막 인생, 초, 중반의 60년은 종반 30년의 결선을 대비하는 예선 기간에 불과하다)이야말로 자신이 시간의 주권을 잡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황금의 인생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무릎을 치면서 공감한다.
참, 문득 생각나는 것 하나. 재작년이던가? 주로 은퇴한 분들이 회원권을 사서 골프를 치는 태국의 어느 골프장에 간 일이 있었는데, 참 부럽습니다, 하고 인사하니(소위 인생 종반에 따뜻한 나라에 와서 골프를 즐긴다는 것은 돈도 있고 건강도 허락하고 무엇보다 같이 골프를 즐기는 배우자도 있다는 것인데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어느 분이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분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여유와 조건은 바로 ‘자식이 속을 썩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식이 속 썩여봐. 아무것도 못하지?하고 웃으셨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인생의 종반 결과에 대해 오직 팔자소관이라고 탓하지 말고 밥상머리 교육부터 시작해서 자식에게 공을 들여야 할 일이다.
이 책은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전략적인 부모를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확실히 전략적인 부모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중에 나도 저자의 아들이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송아지(koenet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