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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족을 그리다

 

가족을 그리다

박영택 지음
바다출판사 2009.12.11
펑점
인상깊은 구절
미술은 항상 당대의 삶에서 유래하는 핵심 문제를 시각적으로 해명하고자 한다. 미술은 그런 의미에서 시대를 보는 초상이자 현실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물론 미술은 미술의 방식으로 현실을 조망하고 독해한다. 미술이 삶의 문제를 조명할 때면, 무엇보다도 삶의 위기, 정체성의 위기를 우선적으로 발화한다. 예술은 현존하는 삶에서 늘 새로운 삶, 보다 인간적인 삶을 꿈꾸기에 기존 삶의 가치관이 균열을 일으키는 지점에서 먼저 파생된다. 예술가는 세계와 현실에 대해 불만이 많은 자들, 의심이 많은 자들이다. 세계와 불화하는 이들이다. 그것은 이 세계와 삶이 불만이 아니라 그것이 작동되는 정치적, 사회적 방식에 대한 불만이다. 이런 식의 삶이 아닌 다른 식의 삶에 대해 발화하는 존재가 예술가다. (15-16쪽, 프롤로그 가운데)

   "연초에 경기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에서 <가족 :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내게 '미술이 바라본 가족'을 테마로 발표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 왔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 근현대 미술 속에서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떠올려 보고 찾아보았다. 세미나 발표 원고는 원고지 100여 장 분량이었는데, 마침 이 원고를 접한 바다출판사에서 책으로 엮어 보자는 제의를 했고, 나 또한 별다른 저항 없이 그에 응했다." ('지은이의 말' 가운데)

 

책이라는 것이 경험재의 성격(경험하거나 구입하기 전에는 평가가 어렵다)을 띠고 있는 것이어서 모니터 앞에서 아무리 눈과 손을 꼼지락거려도 직접 마지막 장을 덮는 경험을 해 보지 않으면 이 책이 어떤 책일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없다. 나 역시 며칠 전, '키스를 부르는 그림'이라는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이 책을 보기로 선택하면서 막연하게 가족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미술 작품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비극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라서 기대와 환상을 일정 부분 접고 있던 터였다. 그렇다고 해도 프롤로그에 들어가기 전 '지은이의 말'은 조금 충격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솔직하신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ㅎㅎ 스스로를 엄청나게 비非가족, 심지어 반反가족적인 사람이라고 하면서 가족에 대한 이런 책을 낸 것이 낯간지럽고 쑥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나의 소감을 미리 밝혀두자면, 연도별 체계 같은 것이 그다지 일목요연하지 않아서 약간 두서없다는 느낌은 들지만 각각의 미술 작품에 대한 소개는 무척 충실한 것 같다. 그래서 무슨 공부를 해보겠다고 뛰어드는 준전문가분들이 아니라면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문장 해석이 참 어렵다. 처음에는 대충 넘어가다가 약간의 오기가 생겨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두 번, 세 번 읽어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척박한 사회에서 '유일한 위안으로서의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역사적 국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전쟁의 경험에 의해 구성되는 가족 이데올로기는 한편으로는 무사회적 고립자들이 꿈꿀 수 있는 최고의 관계를 상상하는 준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155쪽) 그림 앞에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약간의 그림 공부와 함께 그저 내 느낌에 충실하면 되는 거니까.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해서 돌아볼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우리 사회에서의 가족의 모습과 의미'를 거시적으로, 미시적으로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 책에 의해서도 그렇고 우리 가족을 봐도 그렇고 가족이라는 건 사람들이 보통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는 그런 화목함의 상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못내 가슴이 아프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정성스럽게 가꾸어야 하는 장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장터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면서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 삶의 척박함을 이기고 함께 살아가야 함을 알기 때문에 서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더 긴 것을 보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린 가족이 얄미워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이러쿵저러쿵해도 이 시대의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가족 안에서 화목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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