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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기적 식탁

이기적 식탁

이주희 지음
디자인하우스 2009.10.19
펑점

독특한 책을 만났다. 요리책이라고 단정짓기도, 그렇다고 그냥 '에세이'라는 단어로도 이 책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자타공인 '유희형 요리인'으로 불리우는 이주희씨의 개성만점 레시피와 도발적인 에세이가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이기적 식탁>.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요리책들이 내 가족의 건강을 챙기거나 손님을 대접하려는 목적으로 씌여진 반면, 이 책은 제목처럼 철저히 '이기적'으로 요리하는 당사자 자신의 기쁨만을 철저히 충족시키는 글과 레시피로 가득하다.

 

책 모양새부터 범상치 않다. 책 왼쪽 중간에 알 수 없는 구멍이 뚫어져있는가 하면, 반쯤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책을 뒤집어서 읽어야한다(즉, 양쪽에서 시작해서 가운데에서 끝난다). 알고보니 이런 독특한 편집은 이 책을 100%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였는데, 책에 뚫린 구멍에 연필을 끼우면 책이 90도로 펼쳐진 채 서 있게 되어 독자들이 요리할 때 책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도 편하게 레시피를 참조하며 요리할 수 있도록 돕는 고마운 아이디어였다.

 

책장을 넘겨보니 보기만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폼나는 요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거 과연 내가 따라할 수 있을까?'라고 위축되는 것도 잠시, 처음부터 그녀는 자기 또한 설거지거리가 그대로 쌓여있는 싱크대와 잊고 있었던 야채들이 냉장고속에서 말라비틀어져가고 있다고, 그러면서 '요리와 살림은 별개'라며 나를 위로해준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등장한 레시피는 바로바로, 어릴적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시던 추억의 달걀+참기름+간장비빔밥이었다. 야호!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만들어놓고 나면 무지하게 폼나는(그래서 스스로 한껏 뿌듯해지는) 레시피들도 너무 좋았지만,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그녀만의 솔직담백하면서도 때론 도발적이고 발칙한(그래서 지하철에서 읽다가 조심스럽게 후딱 넘기기도 한 칼럼도 여럿 있었음) 에세이들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요리조리 다양하게 활용하며 독자들의 오감을 기쁘게 해 주는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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