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나는 그말을 믿었다. 간절하게 원하면 세상에 이루지지 않는 일은 없다.
그러나 어느순간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소망이 아무리 절실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일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간절히 원하면 소망은 이루어진다는 것이 진리라는 것을 믿게되었다.
문제는 간절히 원한다는 것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었던 데서 출발한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은 우연한 횡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소망에 대한 절박한 믿음이며, 뼈를 깎는 노력이고, 그리고 그전에 무릎이 꺾이는 좌절이 있어야 한다. '간절히'의 의미는 편안한 기도가 아니다. 모든것을 포기해 본 자는 많은것을 바라지 않는다. 살아갈 이유 하나면 삶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간절한 소망은 삶을 살게 한다.
장애인에 대해 비장애인들은 근본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은 불편한 존재들이므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보편적이다. 그들은 비장애인들과 달리 자기 한 목숨 부지하기도 벅차기에 사회적인 고민이나 애국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 또한 은연중에 갖고 있다. 장애는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생각도 일종의 편견이다. 불편할 것이라는 것은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본 시각이다. 그들이 불편한 이유는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되고 돌아가기 때문이고, 비장애인들의 편견어린 시각이 불편할 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는 다만 '차이'가 있다. 그 '차이'란, 이 책의 주인공인 아름다운 사람 중 한 명, 뇌성마비 의사 김세현 보건소장의 말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는 '걸리는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간절한 소망을 갖고 노력하는데 걸리는 시간 또한 비장애인과 장애인에게는 차이가 있다. 장애가 있으므로 더 많이 소망하고, 더 많이 고통받고, 더 오랜시간 노력할 뿐이다. 불편한 몸과 오랜 고통의 시간들을 견딘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로할 줄 안다. 비장애인,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다른사람의 꿈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 도움을 받을 줄 알고, 도움을 줄 줄 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때 세상이 진정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스스로 일어서는 아름다움을 안다. 산다는 것이 진정 감사한 일임을 안다.
어디선가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인 장애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태어날 때 부터 장애를 안고 나온 것이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누구나 한순간에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혼식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김진희 씨, 국가대표 체조선수로 연습 중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이승복 씨, 취재 차 간 외국에서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이상묵 씨, 천일평 씨, 멀쩡하던 두 눈이 어느날 갑자기 병으로 안보이게 된 노동주 씨, 송광우 씨, 산에서 사고로 열손가락을 잃은 김홍빈 씨, 두 팔을 감전사고로 잃은 석창우 씨.........
어느날 갑자기 닥친 불행으로 그들은 몇번씩 죽음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으나, 결국 일어섰고 그들의 소망을 이뤘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이었다고 해서 고통의 크기나 강도가 다르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그들은 주변의 걱정을 들어야 했고, 자신의 방 한 칸만큼의 세상 밖에 모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일어섰다.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며 꺾이는 무릎을 세워 자립하고자 노력했다. 그 노력이라는 것은 말이 쉬워 '노력'이라는 한 단어일 뿐이지 건강한 몸으로 태어난 나는 상상조차 힘들다. 발가락으로 타이핑을 연습하고, 휠체어에 누워 그림을 그리려고 애를 쓰고, 언제나 항상 브이 밖에 그릴줄 모르는 네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기 위해 피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들이 이겨낸 고통의 시간은 자신과 주변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 지리라는............ 기적은 바로 그곳에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장애를 넘어 일어선 그들에게는 한결같이 사랑하고 믿어주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모든 사람은 잠재적 장애인이다. 따라서 사회적 시스템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이나 모두가 불편함이 없도록 계획되고 설계되야 하며 우리의 의식조차도 개조되어야 한다. 장애인은 불편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가는 타인들 일 뿐이다. 살기좋은 나라란,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이 살기에 불편하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는 충분히 갖고 충분히 건강한 사람들이 더 갖고 더 건강해지는 사회가 아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먼저 가겠다고 아웅다웅하는 아수라장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는 사람사는 세상.....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소망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