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매혹
조앤 에릭슨 / 박종성 옮김
에코의서재
2008년 02월
<감각의 매혹>의 원제는 Wisdom and the Sense이다. 즉 "지혜와 감각"이다.
도대체 지혜와 감각은 어떤 관계일까. 내 머릿속에는 도무지 이 두가지 요소가 전혀 연관되어지지 않은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책이 어떤 내용일지 짐작하지 못하고 읽을 때에는 일단 저자에 대해 먼저 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저자인 조앤 에릭슨은 무용가,공예가,심리학자라고 되어있었다. 이 또한 무슨 특이한 이력이란 말인가. 설명을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무용과 공예 등 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었던 저자는 심리학자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정서적 혼란을 겪고 있는 환자의 치료 수단으로 예술을 도입한 사람이었다. 즉 환자 스스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힘을 깨닫고 발견함으로써 스스로 그러한 혼란을 치유할 수 있도록 한 이러한 치료법은 당시 대단히 혁신적이었다고 한다. 자, 그러면 그녀의 이러한 배경이 과연 <지혜와 감각>이라는 이 책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여전히 오리무중이었지만 감각에 대해 그녀가 펼치게 될 논리를 기대하며 책을 넘겼다.
그녀는 나의 기대대로 우선 삶의 활력의 근원인 감각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감각의 언제부터 생기기 시작하는가? 바로 '인간이 양수 속에서 배아의 형태로 있었던 그 때부터'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기가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인 태아는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던 시기는 이제 지났다. 지금은 태아 역시 하나의 생명체로,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기 시작했고 그 결과 태아의 생각와 감정이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태아가 엄마의 양수 안에 자리잡고 있을 때부터 감각이 생기고 발달한다는 이론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개념은 아니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정의가 나온다. 바로 '감각한다'라는 말인데, 이 말은 "정보를 향해 모든 감각기관들이 열린 그 결과 우리가 지각이라고 부르는 상태에 이르는 것" (p27)을 말한다. 즉 이제까지 우리는 감각이라 함은 신체적, 본능적 느낌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이러한 감각이 바로 지식의 시발점이며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감각이 태동되고 발달하기 시작한 유아기에, 아이들에게 읽기, 쓰기, 수학 등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의 감각을 키우고 자신을 감각에 의존하여 표현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소위 조기교육의 열풍에 일침을 가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생애 전반에 걸쳐 이러한 감각을 계속 예리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녀는 다음 장에서 그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끊임없는 '창조행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짜여진 틀과 정해진 일과 속에서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일반적인 삶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 즉 평생동안 예술 작업을 통해 창조행위를 하는 예술가들과는 다른 것이다. 이렇게 루틴한 삶의 패턴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이 달라져야만 한다. 물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상상력이나 창조성을 만들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잠재되어있는 그러한 특성을 풀어줄 수는 있다. 즉 교과과정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조성을 끌어낼 수 있도록 그래서 평생동안 창조자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어야 하는데, 이건 현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너무나 어려운 숙제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 장에서 바로 그녀의 이론 중 하이라이트인 8단계 생애주기 이론이 나온다. 즉 인간의 출생부터 노년기까지를 여덟번의 성장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직면하는 심리 사회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개인의 성격이나 삶의 방식이 변화되고 발전한다는 사회심리 이론이다. 유아기/초기아동기/놀이기/취학기/청소년기/전기성인기/성인기/노년기의 여덟 단계를 거치면서 각 단계마다 '동조적' 요소와 '비동조적' 요소가 공존하는데, 바로 이 두 극 사에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해결해야 할 지속적인 과제이며 이 과정에서 "좋은 감각"이 길잡이가 되어 이 두 극 사이의 균형을 잡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 여덟 단계 중 노년기에 보여줘야 하는 힘이 바로 "지혜"라고 저자는 말한다. 즉 지혜란 인생 마지막 단계의 힘으로서 뇌의 우측과 좌측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통합된 상태로 설명하고 있다. 노년기에 이르러 잘 숙성되고 제어된 창조성이 감각기관과 적절히 결합된 상태로서 감각의 결정체가 바로 지혜라는 점에서 그녀는 지혜와 감각이라는 제목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마지막 장에서 감각과 지혜의 상관관계를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희곡 <리어왕>에서 광대를 통해 " 충분히 현명해질 때까지 늙어서는 안된다 " 라고 어리석음과 아첨에 눈이 먼 리어왕에게 말한다. 이 말이 바로 그녀의 주장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혜는 방대한 지식의 결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감각으로 대표되는 풍부한 경험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다. 즉 우리는 인생 전반에 걸쳐 감각의 발달을 통한 창조적 행위를 통해 생의 마지막까지 지혜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가 추구하는 사회 심리 이론의 목표인 셈이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감각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교육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내 생애의 전반에 걸쳐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할 지에 대해서도 조언해주고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좀 어렵다. 어떤 문장은 두 세번 반복해서 읽고 곱씹어야만 이해가 될까말까 한다. 물론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내용이라 그럴 수 있지만 좀 더 쉽게 풀이한다면 독자의 공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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