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과 자아의 성장과 몰락
레이번드 마틴 외
┃나와 나의 실체
어느 날 거울 속의 나를 볼 때 이게 나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때론 그 정도가 너무 진지해서 내가 아닌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질 때가 있었다. 내 얼굴이 낯선 이 현상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지금까지 자아, 특히 철학적 측면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깊게 파고들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산이 가로막을 것 같아서 겉핥기식만으로도 만족했었다. 너무 무게감 있는 책들은 보다가 그만두기도 하는, 인내심 결여를 항상 내포하고 있는지라 철학적 관념에 대한 책을 선택할 때 신중을 기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매번 그런 노력은 한낱 물거품처럼 사르륵 사라지고 말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니 이번 경우도 그에 해당됐다. 제목만으로 나를 끌기에 충분했던 이 책은 자아와 인경동일성 사상에 대한 이야기다. 자아는 그렇다 치고, 인격동일성이라고? 먼저 고백하길, 이 책의 10%도 제대로 이해했다고 확신이 서지 않는다. 꽤 방대한 분량의 철학적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그 무게가 사뭇 단단하게 다가왔다. 자아, 인경동일성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그에 관련된 다양한 사상들을 시대를 따라가며 강의한 느낌을 받았다. 생소한 사상가의 이름도 꽤 많이 보였다. 겉핥기는커녕, 초초한 마음에 읽은 느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상과 사상가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슬쩍 들었다. 인간이란 듣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 것만, 듣고 보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결국은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아직은 이 책을 100%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단계에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게 조심스럽지만, 최대한 내가 느낀 점을 주관적으로나마 끼적여보려고 한다.
인격동일성에 대한 개념이기보다는, 조금 커다란 의미에서 인간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부터 이것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우리는 흔히 육체와 영혼의 결합으로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의 기초적인 배경이 인경동일성의 한 일부분이리라. 영혼에 대한 사상가들의 판단은 이분법적인 사고로 나뉘는 것 같았다. 영혼의 실체여부와 그 기능에 대한 판단이 유 아니면 무랄까. 아니 그거보다는, 영혼의 쓰임새에 중점을 두는 모양새였다. 영혼이라... 문득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가 스쳐지나간다.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자연스레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오는 것 같다. 어떤 사상가는 죽음은 진정한 영혼의 자유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이야기한다. 왠지 영혼을 떠올리면 환상적인 측면이 강한 느낌이다. 이것이 인격동일성과 어떤 식으로 연관된다는 소리일까. 다른 쪽으로 생각을 해보자. 1분 전의 나와 1분 후의 나가 같은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재만을 놓고 본다면, 1분 전과 1분 후의 나는 같으면서 다른 인물일 수도 있다. 아주 사소하게, 1분 전에는 필요했던 것이 1분 후에는 필요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걸 두고서도 그 순간의 인격체가 과연 같을 수 있는가하는 문제를 제기한 것 같다. 놀랍다. 일상생활에서 누가 이정도로 생각을 하겠느냐마는 읽고 있으면 그럴 듯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내가 그걸 다시 재구성해서 꺼내는 걸 제대로 하지 못하는 느낌도 있다만. 인간과 인격체(자아)가 동일 선상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그런 게 인격동일성 사상의 한 개념인 것 같다. 이 사상은 딱 집어 말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책 자체에서도 방대한 내용으로 다가올 뿐 아니라, 약간은 좀 모호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리뷰 내용 자체도 두루뭉술하고 애매한 표현들만 잔뜩 인 것 같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영혼의 종착점은 무엇이고, 내세는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것들이 인격동일성 사상과 연관 지어 이 책속에서 등장한다. 아마 현재 이 모든 것의 최종시점은 프로이트가 아닐까. 진행 중이라는 게 옳긴 하겠지만, 현재까지의 이야기가 중요한 부분이다. 정신, 자아, 인격... 보이지 않는, 인간을 형성하는 것들에 항상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난 오늘도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곳엔 내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할지 모르겠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오우디드(km2002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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