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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경제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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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산책
르네뤼힝거외
박규호 옮김
비즈니스맵 2007.10.30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경제'과목을 배웠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비해 제한된 자원,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선택하여 가장 큰 효용을 줄 수 있는지를 다루는 경제학.

"아침밥을 먹을까? 잠을 5분 더 잘까?"에서 시작해서 하루에도 수백번씩 발생하는 '선택'이라는 행위와 '경제학'이 그리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줄은 미처 몰랐었던 나는, 그 어떤 과목보다도 삶과 직결되어 있는 경제학에  푹 빠져버렸다.

경제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가장 즐겁게 충족시켜 준 것은 역시 경제학을 쉽고 재미있게 다룬 책들이었다. 이 책 또한 그러한 호기심때문에 접하게 되었다. 책 표지에는 경제학 대가들의 모습이 귀여운 캐리커처로 그려져있었다. 제목 또한 '경제학 산책', 경제학 천재들과의 산책이라니-가볍고도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 그렇게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첫 장부터 가벼운 내용의 프롤로그 대신 <애덤 스미스 이전의 경제>를 다루고 있다. 즉,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하기 이전의 배경부터 차근차근 짚어주겠다는 저자들의 비장한 다짐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예전에 교과서에서는 단순히 '보이지 않는 손', '국부론' 등등 단어와 핵심개념을 익히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러한 주장을 펼친 '애덤 스미스'라는 인물에 대해, 그가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에 대해 짚어주며 그의 이론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특히 각 챕터마다 마지막 장에는 그를 추종한 유명인사와, 주요저서, 어록, 연보 등을 담아내어 경제학 대가들의 일생을 한 눈에 훑고 그들만의 고유한 색깔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한 경제학자의 생각과 이론이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생활경제 속에 파고들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때론 그들에게 일어난 사건과 일화들을 너무 간단히 대강 대강 다루고 넘어간 것 같은, 많은 이야기를 한 챕터에 구겨넣으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12명의 경제학 천재들의 인생을 책 한 권에 모두 담아내기란 어려웠으리라. 책 제목이 <경제학 산책> 아닌가. 마라톤처럼 장황하게 방대한 내용을 다루지도, 100m 전력질주처럼 앞뒤문맥 파악없이 이론의 핵심만 단순암기하게 만드는 책이 아니다.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이에게 어떤 경제학 이론이 나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생철학을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 부담없이 걷는 산책과도 같은 책이다. 현재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또한 경제학에 관심은 있지만 진입장벽을 높게만 생각했던 이들에게도 경제학 이론들이 어떤 배경에서 나와서 어떻게 세상에서 활용되었나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노란지붕(realj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