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히치하이커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중앙북스
어린시절, 버스가 드물던 우리동네에서 히치하이크는 스릴만점 이동수단이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학교에 늦지 않게 종종 동네를 벗어난 큰길가까지 출근하는 사람들의 차를 얻어타고 다녔다.
나도 그중 하나였고, 당시의 우리들은 위험하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생각없이 차를 얻어타곤 했다.
얼마나 히치하이크가 성행했느냐면, 가끔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때도 동네를 벗어나는 차들이 버스정류장에 차를 세우고 "(버스가 많이 다니는) 큰길가까지 태워줄까요?"할 정도였다.
이제는 동네의 모습도 많이 변하고, 버스도 많아지고, 택시조차도 믿지 못하는 흉흉한 세상이 되어버린터라 동네에서 히치하이크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늘색 히치하이커>는 형이 남긴 하늘색 캐딜락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소년의 이야기다.여행의 목적은 사라진 형의 상실감을 메우기 위해서랄까.
거의 일본의 반을 횡단하는 여행길을, 소년은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여행하기로 한다.그로 인해 이틀이면 갈 거리를 일주일여를 가게되고, 달리는 동안 심심했던 소년은 여러 히치하이커를 태우게 된다.
그리고 여행의 끝에서 쇼지는 형을 만난다.
첫번째이자, 돌아오는 길까지 함께 하게 되는 히치하이커 쿄코처럼- 나도 쇼지의 형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뭐- 쇼지의 이미지대로의, 늘 자신의 앞길을 리드해주는 형으로서의 모습은 이미 사라졌으니 상실감을 느끼는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까마는. 왠지 맥이 빠지는 부분이랄까. 아니면 작가의 작은 반전에 웃음이나온달까. 여튼 그런 반전을 가져다준 부분이다.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쇼지의 성장소설이다.
이미 소년이라고 부르기 너무 큰듯한 주인공은 늘 앞길을 밝혀주는 형이란 존재가 사라지자 갈피를 잃고 휘청인다.
그래서 직접 형을 만나 자신의 앞으로 돌아올 것을 부탁하지만, 결국은 형이 그의 앞을 밝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은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을 깨닫는 성장소설이다.
성장 소설이 로드무비의 형식을 띄는 것은 재미있다.
결론적으로는 형을 만나 쇼지의 고민이 정리되지만, 여행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쇼지에게 고민과 해답을 알려주면서 뭔가 깨닫게 해주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문득, 차를 얻어타고 멀리 떠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누구의 어떤차를 얻어타든, 운전자와 히치하이커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그 이야기 안에는 서로의 고민과 해답이 오갈것이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하늘색 캐딜락을 발견하면 나는 주저없이 엄지손가락을 쳐들고 차를 세울것이다.
목적지는? 물론 어디는 가는 곳까지!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씨엔(iandy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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