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패러다임
개인적으로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발을 담그게 된 것이 불과 두 달 밖에 안되었지만, 그동안 계속 스터디하면서 그린 관련 산업 동향과 정책 동향들을 많이 살펴볼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계신 분이라 개인적으로 호감이 갔다. 특히 전력산업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화 비즈니스를 통찰하는 능력과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역시 새겨들을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그간 이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시고 현재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주도분과 간사위원과 녹색성장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었던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철강 산업을 에너지 다소비 산업으로 규정하면서, 21세기 들어 전 지구적으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에너지 빈국으로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기술이나 해외 유전 등의 자주적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한데다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화두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2008년 8월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표한 것이 바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국가 발전 모델이라고 한다. 성장과 환경이라는 두축을 기준으로 성장을 환경 친화적인 방향으로 설정한 것은 보수정권치고는 매우 잘 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미흡하다고 진단한다. 특히 이를 위한 정책 수단과 운용 방식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매우 날카롭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은 반드시 에너지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함에도 4대강 사업을 우선시 하는 모습은 과거 패러다임의 유산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현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녹색기술, 그린 에너지, LED, 스마트그리드 등 다수의 녹색 산업 육성 전략을 내놓은바 있는데, 이것은 녹색 기술을 중심으로 강화된 산업정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가가 기업을 육성해나간다는 녹색 산업 진흥 프로그램만으로는 녹색 혁명을 실천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사실 녹색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 않게, 생산자와 소비자의 에너지 활용에 대한 인식 변화, 저효율 기기의 퇴출과 에너지 가격의 정상화, 유해 보조금의 퇴출, 에너지 산업의 체제 안정화 등 현재 에너지 다소비 기반의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고통스러운 일들은 정부가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희생시키면서 만들어진 조직인 녹색성장위원회가 이러한 역할을 맡아야 하며, 정책 부서와 규제 부서의 전문성 확대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필요하면 지속가능부와 같은 에너지와 기후를 동시에 다루는 정부 조직 개편도 검토하고, 각종 에너지와 기후 관련한 새로운 거래와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하기 위해 현행의 복잡한 에너지법 체제를 과감히 에너지 기본법과 단일한 사업법으로 이원화하여 에너지 산업 간 칸막이를 없애는 노력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책에서는 에너지 다소비 성장 동력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추락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태가 바뀌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즉, 에너지 고갈성과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노력은 바로 우리나라에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국가 발전 전략이며 생존 전략이란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전반적인 에너지 위기와 그에 대처하는 노력들에 대한 많은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다. 마침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어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각국의 기후변화 대처 노력들이 구체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출처] [오늘의 책콩] 그린 패러다임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kangsc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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