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30억을 번 미술투자의 귀신들
민병교, 이나연, 정일주
이지북
그림을, 미술작품을 투자의 대상으로 본다는 생각은 대학원시절 선배의 한 코멘트가 계기가 되어 해본 적이 있다. 그 선배는 방송 PD로 사회생활을 몇년 겪고 늦게 진학한 경우여서 어느정도 세상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할까, 어쩄든 같은 동료의 친척중에 갓 대학을 졸업하고 신진 화가로 주목받는 사람을 언급하면서 기회가 되면 작품을 사겠다며 소위 미술투자의 언질을 주었다. 그리고 젊은 화가를 주목하면 미술계에 기여도 하며 수익도 올린다는 말을 한 것같다. 이것이 10년도 더 된 일이니 그 선배, 지금 생각하면 안목이 있었다고 하겠는데 지금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 궁금하다.
최근에 들어서 삼성의 에버랜드 창고에 해외 유수의 작품들이 가득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세금탈루의 중요수단으로 미술투자가 행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술투자란 것이 어떤 건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그런 시기적 호기심과 잘 맞아 떨어지는 내용의 책이다. 30억이니 투자귀신이란 말은 과격하게 들리지만 이 쪽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불러세우기에 효과적인지 모른다. 책은 래리 가고시안이나 찰스 서치같은 세계의 큰 손에서부터 국내 유명화랑을 경영하는 갤러리대표들의 실제 경험담을 듣고 그들의 미술투자법을 소개한다.
책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1억달러짜리, 백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신의 사랑을 위해>-이건 보석해골인데-를 위시하여 다른의 작가들의 작품도 더러 사진으로 첨부되어 있는데 투자에 일천한 내가 보기에는 미숙해보이는 작품도 눈에 띈다. 미술애호가가 되어 컬렉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투자자가 되는 것이 한꺼번에 조화되어 이루어진다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훌륭한 작품을 알아보고 수집하는 것은 반드시 되팔아 수익을 남기겠다는 욕심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후의 내 느낌은 적어도 그런 것이다. 영국의 젊은 작가들은 물론이고 현대 독일의 젊은 작가들, 중국 그리고 인도의 작가들까지 세계미술계는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미술이 이렇게 각광받고 숨은 작가들을 지원하며 작가로서 키워주는 이러한 시스템(미술투자자들의 의도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은 자연스럽게 현대미술의 발전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현대 음악의 경우(클래식분야의 경우)는 팔리는 음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난해한 음악으로서 기이한 음악으로서 취급당하고 대중과 멀어져 있다. 물론 현대미술이 감상자의 입장에서 제대로 이해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미술은 소위 아트딜러라는 중개상을 통해 수억대의 가치로 통용되는 명예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우연이든 의도된 것이든 미술계의 이러한 시스템은 현대 음악이 부러워할 부분이다.]
이책을 통해 세계의 유명한 미술사업가들의 이름,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 국내의 화랑계 인사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작품을 바라보는 눈과 투자의 법칙들을 전수받을 수 있다.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단돈 만원(이걸 지금 시가로 환산하면 30만원쯤 된다는데)으로 시작했다는 이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괜찮은 작품하나 마련할려면 억대로 넘어간다니 영 부담스런 분야가 아닌가. 그래도 새로 이사온 집의 벽을 전부 하얗게 만들어 놓았으니 이 벽에 그림 하나는 걸어야 할텐데. 얼마전까지 아들 녀석과 저하고 내가 그린 그림으로 장식하자는 데 합의를 보았으나, 으흠 다시 한번 생각을 돌려봐야 할 듯......신화처럼 들리는 이백 몇십배까지의 이익을 남길 자신은 애당초 없으며 그저 마음에 드는 작은 호수 작품하나 사는 용기로 청담동 갤러리가를 찾아나서 볼까 싶다. 엊그제 서울대미술관서 보고온 인도 현대미술의 한 작가의 연작이 눈에 아른 거린다. 화려한 컬러가 불화의 이미지도 느껴졌고 설명한 큐레이터는 얼굴을 남녀 두사람이 동시에 나타나게 그려 피카소,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상은 높고 현실은 아득하고 이것이 미술투자의 한계가 아닐지......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구름산책(fj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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