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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누고 싶은 이야기 :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마음에 찬바람이 들 때는 따뜻한 이야기가 제격이다. 그게 가슴 찡한 누군가의 진짜 이야기라면 더 좋다.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하며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 바로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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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교과서에 실려 있는지 모르겠지만 90년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분명 '이해의 선물'이라는 수필이 있었다. 한창 망아지 같은 중학생들에게 국어 시간은 좀이 쑤시고 졸음이 쏟아지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 수필을 공부하는 동안은 교실이 쥐죽은 듯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보단 각자 수필 속에 쏙 들어간 느낌이었다. 각자만의 위그든 씨를 만나기 위해.


나는 주먹을 펴서 위그든 씨의 손에 은박지로 잘 싼 체리 씨 여섯개를 올려놓았다.

"모자라나요?"

할아버지는 부드러운 한숨을 쉬고는 대답하셨다.

"아니다. 돈이 조금 남는구나. 거스름돈을 주마."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에는 이것 말고도 가슴을 파고드는 이야기가 많다. 전화교환수가 자기 집 전화기 안에 사는 '안내를 부탁합니다' 인줄 알고 안내를 부탁합니다와 시시콜콜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 무뚝뚝한 옆집 농부 베커씨와 양배추 서리 숨바꼭질을 하며 우정을 쌓은 이야기, 작은 아버지 내외에게서 선물 받은 자전거 이야기 등 저자 폴 빌리어드가 시애틀에 살던 때 만났던 이웃들의 이야기와 호기심 넘치던 한 소년의 말썽이 때로는 잔잔한 웃음으로, 때로는 눈물어린 감동으로 다가온다.

저자 폴 빌리어드의 자전적 에세이인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의 원제는 <<성장통>>이다. 호기심으로 세상을 배워 나간 그 시절의 일들을 저자는 어른이 되기 위해 경험해야 했던 하나의 성장통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랑받고 사랑하고, 이해받고 이해하며 순수의 날개를 펼치던 아름다운 때, 저자의 어린 시절이자 우리 모두의 어린시절일 것이다.

폴 빌리어드, 문에출판사, 2007년,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