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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생각, 시간 그리고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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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나라에서 벌에게 상을 주고자 했습니다. 상으로는 '매서운 몽둥이찜질'이 내려졌습니다."

방금 여러분은 소설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아니, 한 편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래도 소설에 대한 아쉬움이 많을 것 같으니 한 편 더 소개해드리지요.

"옛날에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외모는 그 남자의 됨됨이 그대로였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그를 믿지 않았던 겁니다."

제가 너무 놀라게 했나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답니다. 이게 소설 맞아? 하며 책을 뒤적거렸는데, 맞답니다. 21세기의 새로운 소설 장르라고 하네요.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1950년대부터 짧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장르가 미니픽션이라고 합니다. 바로 위에서 소개한 이야기 같은 것 말이지요.
<<생각, 시간 그리고 이야기들>>은 이런 미니픽션 60여편을 묶은 이야기책입니다. 짧게는 두 줄, 길어야 3쪽에 불과한 소설들이지만 허를 찌르는 날카로움과 고정 관념을 뒤흔드는 힘이 있습니다. 저자가 의도한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합니다. 뒤집어 생각하기. 그래서일까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들이 비틀어져 있어나 거꾸로 서 있습니다. 통쾌함을 주기도 하지만 일면 불쾌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고정관념이란게 워낙 단단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생각, 시간 그리고 이야기들>>이라니요! 60편의 이야기들은 비록 짧지만 우리에게 긴 시간을 두고 생각할 것을 요구합니다.
미니픽션이란 장르는 그 자체가 글쓰기의 경제성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또 독자의 깊은 참여 없이는 완성되지 않지요. 그렇기 때문에 독자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면 작가가 열어 놓은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는 무의미해지겠지요.
이런 면에서 볼 때 미니픽션이란 어쩌면 21세기의 특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소오서얼'을 선호하지만 미니픽션이란 것이 분명 매력은 있습니다. 두 줄의 이야기에 매번 다른, 그야말로 끝없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니 재미있지 않으세요?
짧은 이야기를 두고 너무 긴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름지기 책은 무엇이든 읽어야 제맛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데 걸린 시간이라면 <<생각, 시간 그리고 이야기들>> 중 서너 편은 너끈히 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바쁜 현대인이라면 이 책의 도발적인 유혹을 잠시 즐겨도 좋을 듯합니다.

페르난도 트리야스 데 베스 지음, 엘도라도, 2007년,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