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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낯설지 않은 아이들 - 로이 리처드 그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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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 않은 아이들
로이 리처드 그린커
애플트리태일즈
 
이 책의 부제는 <자폐증의 치료와 교육을 위한 어느 아버지의 보고서>라고 되어있다. 그래서 이 책이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제목의 <낯설지 않은 아이들, unstrange minds>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바로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낯설지 않다'는 것은 시인 e.e.커밍스가 순응을 강요하는 사회를 질책하면서 쓴 무제의 시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자폐증은 이제까지 한국 사회에서 폐쇄적이고 "낯선" 단어로 생각되어 왔으며 아직도 일반 사람들의 생각에는 정신지체 이외에는 다른 말을 생각해내지 못할 정도로 인식의 부족 상태에 있다. 하지만 영화 <말아톤>이나 수영 선수가 된 진호 이야기 등을 통해, 우리는 서서히 자폐증에 대해 알아가고 있고 그럼으로 인해 자폐증은 점점 덜 눈에 띄게 되고 더 "낯설지 않은 것"으로 바뀌고 있다. 즉 자폐증을 새로운 진실의 발견이 아니라 지적으로 사회적으로 다른 모습을 가진 집단을 더 이상 낯설게 보지 않는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폐증을 지닌 이사벨이라는 예쁜 아이를 둔 아버지이다. 우리는 흔히 미국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생활하기에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물론 공립학교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시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하면 미국은 그런 면에 있어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도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자폐증을 가진 아이는 집안의 감춰야 할 수치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고 자폐증과 정신 지체를 동일시하였으며 1940년이 되어서야 자폐라는 증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실 그 누구도 자폐증을 "발견"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모두 "기술"했다. 즉 자폐증이 오늘날 마치 유행병이라고 불릴만큼 수많은 자폐증 환자들이 생겨나는 것은 과거에는 자폐증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오늘날에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이 더 많이 태어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눈여겨볼만한 점은 바로 한국의 자폐증 실상에 대한 보고인데, 아마도 저자의 부인이 한인교포2세라서 저자가 한국의 자폐증 실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자폐증을 둔 아이의 엄마가 죄인이다. 엄마가 임신 중에 무언가를 잘못해서, 엄마가 아이가 태어난 후 무언가를 잘못해서..라는 생각이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한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자폐증 아이인 수영이의 엄마는 학교 선생님이면서 자페증인 수영이를 돌보느라 몸이 열개여도 모자랄 지경이다. 수영이의 아빠는 수영이를 돌보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이런 남편의 태도는 바로 시댁 식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서 시댁 식구들은 수영이 엄마가 수영이를 돌보느라 (자폐증을 가진 아이를 달래서 어딘가 낯선 환경으로 데려간다는 것은 힘들고 벅찬 일이다) 추석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음식준비를 못했다는 이유로 며느리를 욕하고 수영이를 비난한다. 그리고 정상아인 수영이 남동생은 누나를 창피하게 생각하고 이런 누나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가족들 특히 남편의 태도는 수영이 동생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쐐기를 박는다. 아빠가 사랑해주지 않는 아이를, 동생이 사랑해 주지 않는 누나를 그 누가 사랑해주기를 바라겠는가. 심지어 수영이 아빠는 수영이가 받는 언어치료, 음악치료, 스포츠 치료 등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돈 낭비가 아닐까 의심한다. 하지만 연구결과와 실제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자폐증 아이는 끊임없는 교육과 치료로 얼마든지 정상인들처럼 생활이 가능하다. 실제로 저자의 딸인 이사벨은 일반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진도를 무리없이 따라가고 학교에서 첼로도 연주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집단 이기주의이다. 1995년에 강남 주민들은 밀알이라는 자폐증 아동을 위한 학교의 건립 예정부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학교 전화선을 자르고 학교 이사회와 몸싸움을 하고 건축 중단 소송을 냈다. 그들이 이토록 반대한 이유는 딱 하나이다. 장애아 학교가 들어서면 동네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는 1997년에 문을 열었지만 지역주민들과 한가지 협상을 한 후였다. 바로 건물 외관을 바꾸어 밖에서 안이 절대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자기 자녀들이 자폐증 아이들을 보거나 만나는 것조차 싫다는 것이다. 정말 치가 떨리는 지독히 이기적이며 잔인한 인간들이다.

인도는 우리나라보다 더 상황이 절망적이다. 자폐증인 아이는 조상이 벌을 주는 것이거나 귀신이 씌인 것이라고 하여 엄마의 처절한 노력이 없이는 자폐증이라는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평생을 죄 많은 아이라는 누명을 쓰고 생활하게 된다. 그런 인도에서도 서서히 자폐증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싹트고 있고 서서히 자폐증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미미하지만 시작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3학년이 된 딸아이가 다녔던 유치원에 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이가 같이 다녔었다. 예림이가 나이에 비해 사려깊다는 이유로 유치원 선생님이 꼭 예림이와 그 아이를 짝을 지어 활동을 하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예림이가 그러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대해 조금 다르거나 아프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이  "낯설지 않은 아이들"로 생각되어질 그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해 본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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