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
이상현
세종연구원
어려운 책일꺼라는 예상을 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한편으론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나 내가 소화시키기엔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제목에서부터 만만찮은 분위기를 풍기건만 스스로의 독서능력을 오판한 결과로 지난 일주일간 이 책을 붙잡고 힘들어했다. 각주가 붙은 책, 더군다나 대학출판사에 펴낸 학술적인 냄새가 술술 풍기는 책이기에 지레 겁을 먹고 "어렵겠구나...그렇군, 역시 어렵구나." 하는 색안경을 끼고 책을 봤기 때문일까..
어려웠다는 타령 그만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책의 저자는 오랜 기간 역사강의를 해 오신 교수님. 저자가 1993년에 출간한 [역사로의 입문]이라는 책을, 2002년에 수정`가필하여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으로 다시 펴냈고, 절판된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을 수정보완해서 올해 [다시 쓰는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이란 제목으로 펴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구성은 1부 역사란 무엇인가와 2부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두 부분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1부 역사란 무엇인가 부분은 그나마 쉽게 읽힌다. 역사수업시간 첫머리에 나오던 "역사를 보는 관점"에 대한 설명과 통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무슨 과목이건 간에 첫장만큼은 (반복의 효과 때문인지...?) 쉽게 느껴지지 않던가..? 역사학 개론 혹은 사학사 첫머리에 한번쯤은 들어보고 넘어왔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수많은 학자들의 논의가 소개되고 있다. 더불어 오랜 기간 역사를 공부하고 강의해온 저자 나름의 역사를 보는 관점도 소개되고 있다.
솔직히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고, 기본 역사이론서를 몇 권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렇게 어려울 이유는 없다. 오히려 사학사 기본 입문서로 읽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기도 하다. 역사에 대한 별지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도, 1부를 읽으면서는 "아,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새로운 관점의 발견을 즐기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랜 강의의 내공인지 글쓴이는 쉬운 비유와 설명으로 이야기를 깔끔하게 풀어내고 있어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양사학사상의 여러 역사관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2부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부분은 다소 어려웠다. 저자가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비코와 볼테르와 헤르더가 역사를 보는 관점, 슈팽글러와 토인비의 역사관, 칸트와 헤겔과 마르크스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기본지식이 없이는 쉽게 다가서기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으므로..
그들과 대화하려면 나의 기본지식이 좀더 두터워져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한 책. 저자의 "지식의 즐거움"을 같이 만끽하고 싶어서 펴든 책이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부족한 역량을 원망해야 했던 책. 역사, 그 지식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려면 공부 좀 더 하고 다시 펴들어야겠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늘웃자(gloomc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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