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을 다시 읽다 06
김유정 지음
중앙books(중앙북스)
한국근대문학은 소위 학창시절 교과서로만 인식되기 십상이다. 나에게도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외에는 따로 읽어보지는 않았다. 수험공부를 위해 주야장천 매달렸던 추억(?)때문인지, 보기만 하면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멀게만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더욱이 한국문학의 한 뼈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읽어볼 가치는 넘쳐흘렀다. 중앙북스에 나온 <한국문학을 다시 읽다>는 하나의 시리즈 형태로, 어렵게만 또는 지루하게만 느끼는 한국문학에 대해 다시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험생활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읽어도 좋을 것이고, 부담 같은 건 다 털어버리고 순수하게 한국문학과 대면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나 역시 책을 들었다.
근, 현대문학들 중 추려서 묶은 단편집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이어령님께서 편집위원이다. 그 중 여섯 번째인 “봄봄”을 읽게 됐는데, 다섯 명 작가들의, 열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김유정, 안회남, 박영준, 이상, 김동리가 그들이다. 김유정의 봄봄과 동백꽃은 비슷한 감정을 자아내는데, 그렇다보니 때때로 내용이 헷갈릴 때가 있었다. 동백꽃하면 소년, 소녀가 샤라락~넘어지면서, 겹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가 아니던가. 어수룩한 화자를 내세워 풋사랑에 대한 소박한 진행이랄까. 보고 있노라면, 그 풋풋한 사랑이야기에,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앞의 두 작품과는 다르게 “땡볕”은 처절하게 다가왔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먼 길을 상경한 부부가 아내의 병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 다만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굉장히 더운 날이다, 땡볕이 내린다. 이 땡볕이 의미하는 바는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이들 부부에게 필요한 건 한 줄기 바람이요, 작은 그늘일 것이다. 시대의 불운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현대시대에서도 가난으로 인한 삶의 부재는 엿볼 수 있지 않던가. 시대가 변하면, 우리 삶의 방식도 변하고 발전해야 옳을 텐데, 누구의 잘잘못을 가려야할지 모르겠다.
안회남의 투계나 박영준의 모범 경작생도 땡볕과 비슷한 연장선의 주제를 가진다고 여겨진다. 김유정에 비해 두 작가에 대해 낯설긴 하지만, 한번쯤은 들어봤다. 모범 경작생 같은 경우, 일제시대 농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제목 자체가 모순 혹은 반어적으로 다가왔던 건, 그런 측면을 더욱 부각시켰던 것도 같다.
지주회시, 날개, 종생기 등 이상의 글은 전체적으로 본 건 처음이지 싶다. 지주회시나 날개의 경우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처음 보는 느낌이 강했다. 이상의 작품은 그 글쓰기 방식자체에서 함께 묶여진 작가들 중에 단연 돋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심리소설이랄까?! 내면묘사를 굉장히 섬세하게 한 것 같다. 솔직히 지주회시나 종생기는 낯설음이 강해서 읽는데 버거웠다. 대신 날개는 완전 몰입한 경우인데, 그것만 두고 봤을 때 이상이라는 작가의 스타일이 나에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책의 후반을 장식하는 작가는 김동리다. 여기서는 무녀도, 역마, 등신불이 실려 있는데, 김동리 소설의 특징은 주제의식이 굉장히 뚜렷하게 다가왔다는 거다. 특히 무녀도 같은 경우, 신구세대의 충돌을 종교에 빗대어 나타내고 있다. 그 해결방법은 다소 모호하나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런저런 사항 다 뒤로 하고, 소설 내용 그 자체만을 두고 재미있다는 소리가 나왔다.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을 정도로, 작가마다 특징이 있어서 새삼 신기하기도 했다. 한국문학은 우리들에게 가장 친숙한 부분 이어야하지 않겠는가. 주제의식이나 문제의식 및 해결방안이나 그외의 기타 등등 그런 부수적인 부분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좋긴 하겠지만, 골치 아프다면 다 벗어버리고 일단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주인공들과 교감을 통해 저절로 한국문학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때 베스트셀러에 한국문학이 실종된 때가 있었다.(지금도 물론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 특히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대여하는 베스트10 중 50%이상이 일본문학이었다. 한국문학은 단 한권도 눈 씻고 찾을 수도 없더라. 나 역시 한국문학을 찾아서 읽는 정도는 아니지만, 심각성을 크게 깨닫지는 못했다. 이후로는 한국문학을 꾸준히 접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고, 현대 한국작가들의 글을 접하면서 번역 글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다양한 어휘와 문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문학을 다시 읽어보자!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눈으로 좇다 보면 나름의 다양성과 재미가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오우디드(km2002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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