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시지프스들
이은식 지음
청목산
저자 이은식님의 노고가 감명깊다. 연세가 많으심에도 불구하고 일일히 역사의 비주류 인물들의 이야기를 연구하고 발견하고 또 마지막에는 그들의 혼이 담긴 장소까지 찾아가 경의를 표하는 과정이 존경스럽다. 이러한 노력은 작가 자신의 명예를 위함이 아니라 역사에 무지하고 과거의 잘못에 반성할 줄 모르고 과거의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우리들의 의식의 변화를 위함일 것일것이다.
시지프스라 함은 원래 그리스 신화 속 인물로 신들을 속인 나머지 신들의 미움을 받아 죽은 후에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았는데, 그 바위는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져 형벌이 영원히 되풀이된다고 한다. 즉 이 책에서는 신분의 한계라는 커다란 바위에 굴하지 않고 계속 그 돌을 밀어올렸던 조선의 인물들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이 책에서는 그러한 인물들 중 10명을 소개하고 있다. 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작가가 직접 그들을 찾아나서는 기행문이 짤막하게 이어지고 중간중간 쉬어가는 페이지에서는 지명의 유래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역사 바로잡기가 이어진다.
10명의 인물들 중 내가 이름이라도 들어본 인물이 두세명에 불과하다는 것에서 내가 얼마나 우리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지 새삼 부끄러워졌다. 언젠가 반기문 유엔총장의 조상이 노비였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조상이 이 책의 인물들 중 첫번째로 소개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 당시 반석평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조선 사회에 도전장을 내지 않았더라면 오늘날의 반기문 총장이 존재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열명의 인물들을 통해 그 당시 조선 사회의 신분제도가 얼마나 인간의 기본권리를 억압하였으며, 또 그러한 신분제도를 낳게 된 일부다처 혹은 첩을 인정하는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서자나 노비의 자식은 벼슬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잘못된 제도를 더해서 양반들의 밥그릇을 챙기려고 했던 그들의 욕심에 새삼 넌더리가 났다. 그리고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알게 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작은 실패나 어려움에 쉽게 좌절하는 나약함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한가지,조선의 인물들 이야기에 고려 현종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 좀 의아하기는 했다. 역사적 사건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의 이야기 구성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점을 더 많이 던져주었고 또 역사의 중심에 선 인물들이 아니라 역사의 귀퉁이에 선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독서시간이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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