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을 다시 읽다 04
채만식 지음
중앙books(중앙북스)
표제작인 '치숙'은 1936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채만식의 단편 소설이다. 1인칭 주인공인 소년이 혼자서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일본 군국주의가 우리 나라를 식민지로 점령하여 경제적 수탈과 정치적, 문화적 탄압을 서슴지 않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자조와 비판을 바탕으로 사회에 대한 풍자를 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일본인 상점의 점원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나'가 사회주의 운동을 한 후 생활고에 빠진 숙부를 조롱하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치숙'은 작가 채만식의 자전적 소설인 '레디메이드 인생'과 마찬가지로 일제치하에서 무능할 수밖에 없었던 인텔리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두 인물은 나름대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아저씨는 현실을 추악하게 보고 개인적 파멸을 감수하면서 현실에 대항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조카인 나는 현실을 아름답게 보고 만족하며 사는 인물이다. "아저씨는 일본에 가서 대학까지 마쳤는데도 나이가 서른셋이나 되지만 실업자로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면서 가족까지 고생시키니,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아저씨에게 아주머니를 고생시킨 일, 사회주의 운동에 관한 일, 삶의 방식에 대하여 캐묻지만, 아저씨는 신통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아저씨가 구제 불능의 사람으로 보인다"고 일본인 밑에서 만족을 느끼며 사는 한 소년의 입을 빌려 몰락한 사회주의자 숙부를 비판하는 형식을 통하여 오히려 조카의 태도가 비판을 당하게 하는 풍자적인 기법을 사용하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중요한 사안 중에 하나가 '사회주의'이다. 나와 아저씨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사회주의관은 매우 편향적이다. 아저씨는 이상론에 치우쳐 있다. 아저씨에게 조카가 속물이듯이, 조카에게는 아저씨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다. 조카의 사회주의에 대한 관점은 매우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당대 일반인의 시각을 대변한 것이라고 볼 때, 잘못된 사회주의관을 비판하는 성격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사회주의자인 아저씨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적 한계라 하겠다. 실제로 이 작품 후에 채만식은 일제에 순응하는 친일 분자가 되고, 해방 후에 일제 말기의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민족의 죄인'을 발표했던 사실에 주목해서 읽어볼 필요가 있는 소설이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조명희씨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낙동강'은 계급사상 신봉자인 사회운동가 박성은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일제치하에 수탈당하며 신음하는 우리 백성들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애쓰던 한 민중혁명가의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혁명 의식, 소위 ‘사회주의건설'을 주제로 하고 있다. 프로문학을 토대로 한다는 공통기반 아래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 즉 'KAPF'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계급주의에 바탕을 두고 좀 더 조직적인 문학을 통한 투쟁을 전개한 당시 상황이 그렇듯이, 이 작품도 자본주의라는 새 생산 양식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새로운 형태의 봉건 잔재( 계급 모순)의 타파를 주요 과제로 한다. 그리하여, 억눌리며 당하기만 하는 노동자,농민의 해방을 본연의 자유 의지를 신뢰하며 그들이 주인되는 사회주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 작품은 사회주의사상을 가진 '한사람의 인생여정을 통해 민족해방운동의 성장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낙동강'은 3. 1운동 이후 민족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일제와의 투쟁이 민족주의 이념으로부터 사회주의 이념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 박성운이 보여 주는 실제 운동은 계급해방이라는 사회주의적 이념이라기보다는 계급해방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일제의 수탈과 잔인성을 폭로한다. 이런점에서 계급과 계급간의 대립을 강조하는 '사회주의적 이념'을 드러내고 있다기보다는 일본제국주의와 식민지 조선 사이의 민족적 대립을 전면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학전집 발간의 역사는 당대의 문화와 출판문화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전개되었으며, 문학을 중심으로 한 교양주의와 대중지성의 형성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과거 한국문학전집발행이 붐이였던 시기도 분명 있었다. 꼭 장정본이 아니고 삼중당이나 을유문고 둥의 문고판일지언정 한국문학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이런 전집류나 문고판의 발간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아마도 지나간 순수문학은 수익성 문제로 '자기계발서' 위주의 소위 잘 팔리는 책만을 내는 출판사의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출판환경에서 한국문학을 다시읽다(중앙북스)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시리즈는 과거에 느꼈던 우리의 문학에 대한 진한 향수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시리즈의 4번째 발행된 책으로 수록된 작가는 채만식('치숙' '레디메이드 인생''민족의 죄인'), 조명희('낙동강'), 이기영( '홍수'), 주요섭('사랑손님과 어머니'),이태준( '가마귀', '해방 전후' )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주로 풍자적 기법을 통해 시대를 고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주로 모은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가 제국주의(식민주의)로 변질되자 당시 이에 반발하여 지식인을 중심으로 일어났던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시대적인 이데올로기가 잘 나타나있는 작품들을 통해 작가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실크로드(ky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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