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한 예술가. 이 이상 그에 대해 떠오르는사실이 없다는 것에 대해 무척 당혹스러웠다.
생각해보니 로댕이라는 사람은 학창 시절 미술 시간 이외에는 내 관심 테두리 안에 들여놓은 적이 없던 사람 같았다. 이 책을 읽고 이렇게 멋진 사람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사실에 안타깝기까지 했다.
나는 미술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미술 작품은 뚜렷하다. 아마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내 마음에 아름다워보이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 왜곡되지 않은 작품, 진실성이 묻어나는 작품이 나는 좋다. 로댕의 예술 철학 아니 그의 삶의 철학은 자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연은 그에게 있어서 항상 새로운 책과 같아서, 진정한 의미의 예술가란 끊임없는 자연에 대한 탐구를 통해 미지의 힘을 추구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예술가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것은 교육에 의해서가 아니라 직접 자연에 의지할 때에만 가능한 일인데, 요즘 교육은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깨닫기도 전에 사이비 학자를 양성하고 있다고 한탄한 그의 심정은 오늘날의 학교 미술 교육에 대해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 책은 로댕의 여러 저서들 중에서 주제별로 발췌하여 편집한 책이며 예술과 자연에 대한 로댕의 생각, 가장 자연에 가까운 예술이었던 고대예술의 세계와 아름다움, 그리고 폴 구젤과 로댕과의 여러 주제에 대한 대화, 대가들의 작품에 대한 로댕의 감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에는 로댕의 삶과 에술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작품들이 실려있다. 나처럼 로댕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면 아마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해 먼저 읽어본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그의 예술에 대한 의견을 접한다면 훨씬 더 감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4장의 "로댕과의 대화"가 가장 인상깊었다. 그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는 부분도 아마 이부분에서가 아닐까 한다. 특히 [예술과와 대중에 대하여]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대중을 무시한 예술은 진정한 예술이 아니며 자신의 양심과 적당히 타협한 예술 역시 진실한 예술이 아님을 강조한다. 예술적 자질과 사고란 그리 빠른 시일 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단순히 미술관에 한번 다녀왔다고 해서 대가들의 그림을 몇 점 보았다고 해서 자기 발견을 했다거나 새로운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배움의 방식 또한 그는 비판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는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 예술가인 셈이다.
로댕은 정규 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하기 위해 시험을 세번이나 치렀지만 18세기의 미술화풍을 업신여기던 에콜 데 보자르는 그의 습작에서 단지 18세기 경향을 띠고 있다는 이유로 그를 세번 모두 낙방시키고 만다. 그 당시 얼마나 많은 위대한 예술가들이 단지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관련된 더 재미있는 일화는 다음과 같다. 그의 작품 <코가 일그러진 남자>는 전람회에 출품을 하였으나 낙선하고 만다. 하지만 쥘 달루라는 조각가가 이 작품을 들고 에콜 드 보자르로 가서 아주 빼어난 고대 조각인데 골동품상에서 구입하였다고 자랑을 하자 사람들은 작품을 보며 감탄을 했고 대단한 걸작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살롱전에 출품했다가 거부당한 작품이, 골동품상에서 구입한 고대조각품으로 둔갑하자 대단한 걸작이라고 칭찬했던 사람들이 예술가랍시고 활동을 하던 시대에 진정한 예술이 그래도 살아남았다는 것은 로댕과 같은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갤러리에서 작품들을 보면서 그의 변하지 않았던 자연에 대한 사랑,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한 그의 노력 등을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었고 한가지 2% 아쉬웠던 점은 그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에서 현재 어디에 있는 작품들인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단테의 영혼과 보를레르의 시적 영감을 가졌던 로댕, 그가 젊은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교훈을 듣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오즈(fly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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