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아직 필름이 남아있을 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운이 남아있을 때 서평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멋진 그림이나 음악을 들었을 때 짜르르한 전율과 함께 왠지 모를 여운이 남는 것처럼, 이책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도 그런 책이다.

처음 표지를 마주했을 때는 둘러진 띠지의 '미스터리'라는 문구와 표지의 그림 속의 사진 탓에 사진에 슴겨진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인가보다 생각했다.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
심포 유이치 / 권일영 /랜덤하우스

(이래서 띠지는 싫다-. 책에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할아버지의 오래된 카메라 속 필름을 발견한 손자가 그 필름 속 이야기를 찾아내는 소설 같은 이미지였다. --;;; '미스터리'란 단어를 사용하지 말았어야했다.)

필름 카메라에는 디지털 카메라와 다른 무언가가 있다.

쉽게 지울 수 없고, 인화를 하기 전까지 사진의 완성도를 보지 못한다는 불편함도 있지만 기다림 속에 얻어진 사진 속엔 이야기가 담긴다.

누구나 사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추억의 한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 사진이기 때문에.

오래된 사진이든 새 사진이든, 잘 찍은 사진이든 못찍은 사진이든 사진은 저마다의 추억을 담고 있다.

<아직 필름이 남아 있을 때>는 다섯장의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젊었을 때 모델과 사진사로 만났던 사람이 다시 찍게 되는 영정사진.

죽어가는 순간에도 셔터를 누르던 손을 멈추지 않은 여류 사진가의 사진.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향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찍은 사진...


주인공은 50대에서 거꾸로 사진들을 따라 젊어진다.

거꾸로 이야기를 진행함으로서 작가는 이젠 열정을 잃어버린듯 무감각하게 사진을 찍는 주인공이 과거엔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미숙했던 시절, 열정이 있었던 시절의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은 더 이상 미워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오히려 그를 무덤덤하게 만든 사회에 대한 아련한 슬픔까지 남는다.


작가인 심포 유이치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다른 작품은 아직 읽어본 것이 없지만, 이런 감성적인 소설이라면 언제든 읽어보고 싶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씨엔(iandy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