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개선보다는 위로와 격려를...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
김현진
해냄 2007.10.22
요즘 들어 유난히 자기계발서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물론 책은 가리지 않고 두루 읽는 편이지만 뭐든지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고 배가 부르면 독이 되는 법. 나는 자기계발서들이 소리치는 변화와 개선의 목소리에 조금은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계발서들을 읽는 순간에는 저자의 말대로 할 수 있을 것 같고 의지가 솟아오르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조차도 피곤해지는 걸까? 조금은 배부른 소리 같지만 붓꽃향기처럼 오래도록 남는 향기로운 책을 읽거나 너는 잘 하고 있다는 격려의 말이 듣고 싶었다. 지금도 괜찮다고, 앞으로 지금 이대로라도 문제될 건 없다고, 제일 중요한 건 네 자신이라고 말해줄, 그리고 좌절하고 있는 나를 토닥거리며 함께 울어 줄 친구 같은 그런 책 말이다.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라는 제목위에 작게 적혀 있는 '자기격려서'라는 말을 생각 없이 지나친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것이 나를 위한 격려가 담긴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가는 나처럼 스무 살의 중반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는 여자였고 자신과 같이 지친 영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낌없이 베풀고 싶어 하는 통 크고 마음 착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우리에게 과감히 자기계발서들을 덮어 버릴 것을 요구한다. 지금 모습 그대로도 당신은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니 변화를 생각하기 이전에 현재의 자신을 먼저 사랑해 볼 것을 권하는 저자. 왠지 호감이 갔다. 비슷한 연령대에 겪을 수 있었던 동일한 경험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그녀와 함께 나누는 둘만의 대화는 깊어만 갔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저자는 참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겪고 남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산 사람이었다. 혹시 그녀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이 잘난 사람이냐고? 아니다. 만약 그녀가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면 나는 과감히 책을 덮고 보이지 않는 방안 구석 어딘가로 던져버렸을 것이다. 그녀는 단지 사연 많은 이십대 중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때문에 그녀가 하는 말들과 위로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적당한 존댓말로 아직 마음 속까지 시원하게 터놓는 그런 친구사이는 아니더라고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가까워지기 시작한 사람처럼 자신의 경험담들을 차근차근 늘어놓는다. 때로는 내 몸을 미워하지 말자고 10킬로가 빠져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하고 부디 죽지 말라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여리고 여린 호소로 코끝을 찡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친구 같은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의 메시지를 듣는 것은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내 나이또래의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들도 상당히 믿음이 갔다. 우리 가끔은 자기계발서들을 덮고 자신을 위한 선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 덕분에 "안 돼." 혹은 "그건 아니야."라고 말하기 보다는 "괜찮아."나 "잘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도 멋진 애인도 아닌 지금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는 포용과 성숙함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내 자신에게 “너는 참 좋은 아이야.”라고 속삭여본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다람쥐(said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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