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구두

올해는 우리나라 미술애호가들에게 크나큰 행운의 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세계적인 화가인 밀레, 마네 등에 이어 1백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하는 '빈센트 반 고흐'展이 현재 서울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37세라는 짧은 삶을 살고 신화가 돼 버린 반 고흐의 시기별 대표작품을 한데 모은 이 전시회는 10년이란 짧은 시기 동안 오직 화가만으로서의 치열한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고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비운의 화가의 삶과 예술을 조명해 보는 신화 속의 여행으로 꾸며지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예술가로서의 가난과 정신적 질환 등 좌절과 실패로 점철된 쓰라린 인생여정을 힘겹게 버티다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비운의 화가 빈 센센트 반 고흐(1853-1890), 그에게 예술은 운명 그 자체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불운한 삶을 예고 받았던 그는 생존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림을 통해 구원을 받고자 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으로서 느껴야 했던 불안, 거부, 고통, 비참함이 담겨 있으며, 한편으로는 그의 꿈과 기쁨의 절규가 넘쳐 흐른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버림받고, 주류 화단의 멸시에 이어 존경했던 화가 고갱에게도 버림을 받는 등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됐던 그는 예술을 통해 보상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귀를 자르고, 등유를 먹는 등 자기를 몰라 주는 사람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끝없이 자학을 했지만, 세상에 없는 노란색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싸구려 술 압셍트로 인한 환각을 자초할 만큼 그만의 색깔을 만드는데 열심이었다고 합니다. 반 고흐의 유화가 역사에 남아 있는 화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정서적 울림이 큰 그림으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반 고흐 그림의 영적 세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습니다. 1853년 네델란드에서 태어난 반 고흐는 원래 복음을 전하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뒤를 잇고자 했지만, 제대로 된 신학교육을 받지 못하고 그 꿈을 포기하고 맙니다. 차선책으로 미술을 택한 고흐는 여러 장소를 거치면서 만나게 된 이름없고, 고단한 삶을 살던 일꾼들을 그려 사람들 앞에 선보이며 '새로운 방식의 복음'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반 고흐 한국展에 즈음하여 발간된 '클리프 에드워드' 가 지은'하느님의 구두'는 고흐의 영성에 관한 이해를 넓혀 주는 책으로, 고흐의 글과 그림을 통해 전혀 새로운 모습의 영적지도자를 독자들에게 소개해 줍니다. 또한 '고흐는 성직자였고, 우리는 그의 그림 앞에서 회개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라고 말해줍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고흐의 작품을 바라다 본다면 크리스찬으로서 말없는 감동과 은혜가 넘쳐나리라 생각됩니다.

고흐의 생애와 작품 전체가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이 책은 100년에 한 번 열릴까 말까 하는 고흐展의 주옥 같은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고갱의 의자>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가 나는 밀밭> 등 고흐의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11월 24일부터 내년 3월 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게 되는 '빈센트 반 고흐'展에서 미치광이 화가가 아닌 거룩한 예술가로서 진실했던 삶을 살았던 고흐를 새롭게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샬롬~~

목차

제1장 내가 하느님을 보는 눈
제2장 헨리 나우엔, 그리고 수도원
제3장 그림으로 개종하다
제4장 하느님의 탄생: 고흐와 요람
제5장 아버지의 성경책에 얽힌 비밀
제6장 주인 없는 구두: 유령 이야기
제7장 꽃이 만발한 나무와 나비
제8장 고흐의 침실: 無를 그림
제9장 아기를 재우는 여인: 사라진 요람의 비밀
제10장 별이 빛나는 하늘: 밤의 광채
제11장 첫 걸음마: 가정의 거룩한 성사
제12장: 까마귀가 나는 밀밭: 가을의 찬미가
제13장: 하느님이 나를 보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