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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피행





 




도피행
시노다세츠코 지음 | 김성은 옮김
국일미디어

도피행.
사람이 과연 사람보다는 개를 선택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도피행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웃집 아이를 죽인 개 포포. 타에코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생각해 주지 않는 가족들보다는 항상 자신에게 충성을 약속하며 배반하지 않는 개를 선택한다. 개를 안락사 시키려는 주위를 눈길을 피해 타에코는 개와함께 도피행을 선택하게 된다. 자전거로 시작하는 도피행이었기에, 그리 멀리가지 못해 타에코는 힘이 빠지고 만다. 힘든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타에코가 도움을 주면서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 외곽에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곳에서 타에코는 개와함께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랬으나, 다른사람들이 타에코를 못 알아볼 정도로 타에코는 변해있었다. 결국 나이가 들어가는 개보다 먼저 자궁 출혈로 인한 사망을 하게 된다. 

타에코는 사람이 아닌 개를 선택했다. 집에서는 더이상 자신을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고, 자신은 가정을 위해 항상 봉사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렇기에 필요하지 않으면 버릴 수 있는 존재로 여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존재감에 타에코는 너무나도 화가 났다. 자신의 본 모습을 찾고 싶어했고, 한 가정내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싶었지만, 남편도 아이들도 아무도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 포포만은 자신을 항상 따르고 챙겨주었다.  그렇기에 타에코에게 포포는 가족들 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다. 가장 가깝다고 여기던 가족들 마저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부분을 포포는 이해해주고 항상 따르기 때문이다.

도피행에서는 가족해체, 인간의 이기심을 문제 삼아 이야기를 펼쳐 나가고 있다. 타에코는 자궁이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고, 남편이 '여자로써의 자격이 없다'라는 말을 듣게된다. 이것은 아내를 성적인 능력을 가지지 않으면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능력도 가지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필요할 때에는 엄마를 가장 먼저 찾으면서도 자신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을 알자 엄마를 멀리하는 자녀들, 그리고 잘 보살펴준 이모마저 배신하는 조카. 이러한 모습은 여성이 현재 가정에서 갖고 있는 위치에 대한 생생한 묘사이면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주부들도 많이 있지만, 그전에 엄마로써 아내로써 역할이 우선되는 것이 아직도 남아있는 우리 사회의 풍습이다. 엄마니깐, 아내니깐 당연히 이정도의 희생은 감수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의견을 많이 내비친다. 하지만, 그런 아내이며, 엄마인 사람들도 가정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잡고 인정을 받을때 비로소 정체성을 성립하게 되고 탄탄한 가정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필요할 때에만 관심을 보이는 인간들 하지만, 충성을 상징하는 개를 등장시킴으로서 인간과 상반되는 이미지를 형성해 나간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의 이기심이 절정으로 달한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얼룩진 타에코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역시 개이다. 개를 통해서 현 시대의 인간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보이는 작품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루우(cheery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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