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혁명 - 볼셰비키 혁명의 기억과 형성
프레더릭 C. 코니
책세상
우리가 흔히 ‘러시아 혁명’으로 부르는 사건은 1905년 자유주의자들의 입헌운동 활동과 노동자들의 궐기로 시작된 제1차 러시아 혁명에서 1917년 2월에서 10월에 걸쳐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중심으로 벌어진 제2차 혁명을 이야기 한다.
<10월 혁명>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17년에 사회주의 사상에 입각해 벌어진 혁명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 월리엄 메리 대학교 역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프레더릭 C 코니는 러시아 10월 혁명의 사건과 기록들을 통계나 문서보다는 당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인물들의 급박했던 기억과 기록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기억과 개인의 기록에 중심을 두고 역사를 서술한 이유를 자신이 어린 시절 뉴스와 주변 사람들이 언행으로 경험한 ‘애버판 사건’(1966년 웨일즈에서 쓰레기 탄 더미가 120여명을 덮쳐 숨지게 한 사고)까지 예로 들면서 소상히 밝히고 있다.
러시아 혁명에 대한 이전의 연구와 저술들이 사건과 결과를 중심에 둔 경우가 많았다면 이 책은 그런 과정에서 범할 수 있는 당시 혁명에 참여한 인물들의 정서와 절실함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당시에 벌어진 여러 사건이 어떻게 기억되고 기록 됐는지도 관심을 기울인다.
지금까지 지나치게 신화화 되거나 폄하 된 혁명 당시의 정치•사회적 사건이 당대에 가졌던 의미와 전후 사실들에 인과 관계를 공식적인 기록들은 물론이고 현장에 참여한 이들의 일기와 편지, 비공식적으로 작성된 문서와 출판(공개)이 되지 않은 자료까지 포함하여 ‘행간’을 풀어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저자의 연구방법과 기술방식으로 인해 그동안 ‘혁명가’로 인식되던 근대 러시아의 주요인물들이 ‘정치가’들로 옆에서 지켜본 이들이나 그 자신이 직접 기술하고 기록한 모습을 통해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은 특히 문화와 언론에 미친 혁명의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며 서술했다. ‘1905년 혁명’의 10주년 기념식과 ‘10월 혁명’ 10주년 기념식에 대한 기록을 통해 어떤 방식과 경로로 기억과 기록이 역사로 남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책 여기저기에 혁명의 ‘기록’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눈에 뛴다.
예를 들면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들 10일간>이 실제로 혁명이 일어난 현장에서 쓰여 진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이 레온 트로츠키가 기록한 글을 인용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책 곳곳에 배치된 러시아의 여러 국립기관들을 출처로 한 사진자료들은 당시 상황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객관적인 판단을 돕는다. 당시 신문의 제목이나 영화필름의 내용, 연극의 구성이나 표현까지 연구에 포함해 혁명이 문화에 미친 영향도 비중이 있게 다루고 있다.
‘10월 혁명’ 연구에 당시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기록들과 사진과 연극, 영화를 아우르는 문화영역에 까지 포함을 시킨 이유는 책속에 저자의 표현으로 잘 이해시켜 준다.
“10월 혁명에 대한 진술은 억압과 창조가 불규칙하게 교차하는 과정이었다. 그것은 산뜻하거나 효율적이지 않았지만 강렬하고 창조적이며 때에 따라서는 잔혹하기도 하고 밋밋하기도 했다. 혁명가들은 혁명의 이야기를 명확하고도 정확하게 진술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이야기들은 쟁점과 사건, 또 혁명가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개인들에 의해 철저히 형성되기도 했다.”
<경향닷컴 손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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