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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인카네이션

미안한 얘기지만 그리 좋은 소리는 못할 것 같다. 키바야시 신에게서 소설적 재능까지 기대하긴 욕심인 듯하다.  <신의 물방울>뿐 아니라 <소년탐정 김전일> <사이코메트러 에지>까지 그의 팬으로서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공동 작업의 결과일지라도-그만의 기지와 치밀한 사전 조사 뒤에 나오는 탄탄한 구성이 키바야시 신의 장점이 아니던가.

리인 카네이션은 그저 평범한 연애소설이었다. 한국 드라마에 영감을 받았다는 '연애윤회' 이야기는 전형적인 일본 만화 냄새를 풍겼다.
옛 남자친구를 만나길 기대하며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한다던지, 잘 나가는 독신 여성의 집에 가정부로 취직한 그저 그런 여성이 겪는 일장춘몽이라던지, 전생과 카운셀러, 졸지에 유명인이 된 신한부 만화가와 연극 배우를 꿈꾸는 그녀의 레즈비언 애인 이야기까지 일본 만화에 종종 등장하는 인기 소재와 요소들만 집합시켜 놓았다. 그런 데서 오는 재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단점이 더 눈에 띄는게 문제다.

양장으로 거창하게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기보단 만화 혹은 TV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뻔 했다. 그랬더라면 신파적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네 편의 이야기들은 빛을 발했을 것이다. 윤회 혹은 부활을 의미하는 '리인카네이션'이란 달콤한 발음에 다분히 여성 독자를 겨냥한 분홍 일색의 표지까지 돈을 좇는 마케팅 냄새가 지나쳤다.

팔방미인이 대세라지만 한 우불 파는 모습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나는 만화가 키바야시 신을 더 사랑한다.

(글_ 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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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바야시 신 지음,
오유리 옮김,
엠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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