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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티스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정상이라는 것은 누가 정의한 말일까. 온전하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있다면 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보게 된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정상'이라고 말하고 '비정상'이라고 말하게 되는가. 세상은 언젠가 부터 다수의 눈으로 소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소수는 소수이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다수의 횡포가 잠제하고 있는 사회에서 내면 깊이 마음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설을 만났다. 

 

생각해보면 왜 세상은 이런 식일까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다. 노르웨이 소설 <마티스>를 보면 더 그런 느낌이 든다. 소설 속의 정신 지체를 가지고 있는 어른 마티스는 누나 헤게와 살고 있다. 헤게는 마흔이고 마티스는 서른 일곱이나 된다. 정신지체를 가지고 있는 동생을 키우다보니까 이렇다할 특별한 것 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다. 누나는 이제 슬슬 지쳐가고 있는듯 마티스에 대한 반응도 무반응이다. 그러던 어느날 마티스의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 철새인 멧도요새가 그들의 집으로 날아든 것이다. 멧도요새를 본 마티스는 상당히 순수한 마음으로 멧도요새를 자신의 창조물이라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 새와 함께라면 어떤 것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이 힘이 발동했다. 헤게도 그것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든 것이 피곤할 뿐이다.  헤게은 마티스의 변화에 대해  "그래. 우리는 함께 있잖아, 언제나처럼.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티스의 헤게는 언제나 마티스 것이 아니다. 40이 넘은 누나에게 필요한 것은 진짜 그녀를 지켜줄 수 있고 보듬어 줄 수 있는 더 튼실한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마음이 어디 헤게만의 문제이겠는가.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운명을 지닌 사람들이 갖는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다보면 헤게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뱃사공이 되보겠다고 나선 마티스가 만난 벌목공인 예르겐은 우연한 계기로 헤게와의 사랑이 싹튼다. 마티스에게는 엄청난 혼돈이 생기게 된다. 마치 7살 짜리 남자 아이의 엄마에게서 새 아빠가 생겨버린 것 같은 마음이다. 두려움과 슬픔, 불안감이 마티스의 온몸을 감싸면서 혼란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혼란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그를 변하게 만든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의한 행동들을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더 한 안타까움으로 물든다.

 

처음으로 읽은 노르웨이 소설. 노르웨이를 가본적은 없지만 분명 신비롭고 고요한 나라일 것 같은 느낌이어서인지, 이 소설의 분위기도 차분하면서도 친환경적이다. 멧도요새나, 이들 남매가 사는 집의 분위기에 대한 묘사들이 그러하다. 자연의 힘과 동물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우리의 평범한 인간들의 모습을 참으로 멋지게 담아 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주인공이지만 그의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방황은 책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간결하고 편안한 문장 덕분에 이들 남매의 이이갸기 더 아늑하게 다가온다. 이것은 아마도 친절한 작가의 솜씨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때로는 생소한 나라의 소설을 읽어봄도 좋을 것 같다.

 

 

 

 

마티스

타리에이 베소스 지음 | 정윤희 옮김
살림FRIENDS 2009.06.23
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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