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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매슬로에게 경영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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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슬로에게 경영을 묻다
칩 콘리 지음
비즈니스맵


책 겉표지에 실린 심리학자 매슬로(Abraham H. Maslow)의 사진으로 인해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강한 인상을 주고 있는 이 책은 읽어보면 읽어 볼 수록 깊이 있는 내용에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아마도 이 책의 성격이 약간 모호한 중간지대에 있어서 그럴수도 있겠다. 이 책의 뒷편에 실려 있는 저자의 감사의 말을 인용해 본다면 자신의 초고 구상안을 읽어본 친구가 이 세상에는 더 이상의 경영서적이 필요치 않다고 평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충고 덕분에 이 책을 좀 더 개인적인 경험서로 쓸 수 있었다고 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매슬로의 심리학 이론에 기반한 자신의 철학을 담은 경영서이자 심리학 개론서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부티크 호텔 그룹인 JDV의 창립자 겸 CEO라고 한다.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고 모건 스탠리에서 잠시 일했었다고 하는데, 20대 중반의 나이에 창업에 성공하여 15년 정도 열심히 노력해 호텔과 외식업계의 정상에 올랐던 인물이라 한다. USA Today지에 2001년도 주목할 14인에 선정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저자는 9.11테러와 벤처 거품이 꺼진 불황을 맞이해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기 시작해 몇 년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매슬로의 인간 동기부여론 중 하나인 욕구 5단계설을 비즈니스에 접목시켜서 회사를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승승장구하던 자신의 비즈니스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황으로 매출이 급락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안감으로 서점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매슬로의 책을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난 뒤 뭔가 통찰력을 얻었던 것이다. 매슬로가 이야기 하고 있는 욕구단계, 자아실현, 절정 체험 등의 이야기는 자신이 애초에 왜 부티크 호텔 사업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상기시켜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회사에 위기가 닥쳤을 때 욕구 단계 이론을 바탕으로 지속적 성공을 위한 가시적인 경영모델을 만드는데 필요한 방법을 찾는 쪽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을 열심히 공부하고 많은 책들을 읽어보며 경영에 접목시키도록 노력했다는 것이다. 생리적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사회활동 및 소속감에 대한 욕구, 자존에 대한욕구, 자아실현 욕구로 나뉘어진 5단계를 곰곰히 살펴보니 그 욕구가 단계별로 생존, 성공, 변화를 향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비즈니스를 이끌어 가는 직원, 고객, 투자자를 각각 그러한 틀에 맞춰 욕구단계를 분석해보았다고 한다. 직원의 욕구 피라미드는 가장 아래에 생존을 위한 단계가 있는데, 그것은 돈으로서 기본적인 동기를 유발하게 만드는 단계라고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성공 단계로 인정과 포상을 통해 충성심이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화단계로 직원 개개인에게 의미를 부여에 일에 대한 영감을 주는 것이라 한다. 고객욕구 피라미드도 이와 비슷하다. 우선 생존 단계에서는 고객기대를 충족시켜 고객 만족을 실현시키는 단계가 있다. 그 다음에 고객의 욕망을 충족시켜 고객의 충성심을 유지시키는 단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무의식적인 욕구까지 충족시켜 고객이 스스로 자사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투자자에 대한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선 거래목적이 일치하는 투자를 통해 거래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는 단계, 관계 중심적 투자를 통해 경영자에 대한 확신을 만드는 단계, 마지막으로 사회공헌을 위한 투자를 통해 투자자가 자긍심을 느끼도록 하는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저자는 욕구 단계 피라미드를 다양한 방면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호텔의 욕구단계를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우선 편안하고 청결한 침대를 제공하는 것은 가장 아래단에 존재하는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고, 밝은 주차시설, 전통적인 잠금 도어 같은 것은 안전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의 마음을 읽는 직원 서비스는 사회활동 및 소속감에 대한 욕구를, VIP로 대접받는 기분은 자존에 대한 욕구를, 마지막으로 정체성을 환기시켜주는 것은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라 한다. 또한 일이란 것을 사람과 그 사람이 하는 일과의 관계에 따라 생업, 커리어, 소명의 3단계로 구분하고 있는것도 욕구단계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우선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과 함께 이 책에서 인용되고 있는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거래적 리더십과 변화 유도적 리더십(변혁적 리더십)은 내 아내가 몇 년전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을 때 논문주제로 선택했던 분야라서 옆에서 논문 쓰는것을 도와주며 많이 접했던 내용들이다. 또한 내가 감명깊게 읽었던 많은 책들, 특히 대니 메이어의 "세팅 더 테이블" 같은 책들을 많이 인용한데다가, 로버트 퍼트남의 명저 "혼자 볼링하기", 미국 드라마로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유행했던 TV 시리즈물 "앨리 맥빌", "와이어드"나 "뉴요커"같은 내게 친근한 잡지들, 그리고 내 관심 분야였던 행동경제학에 대한 내용들이 이 책에 많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의 저자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기업과 비즈니스는 바로 욕구 5단계설의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태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애플, 할리데이비슨, 구글은 이미 그런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저자가 책 속에서도 강조했지만 자신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역할 모델이 바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기업문화, 기업이념이라는 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 자신들도 호텔 업계에 적용하려고 벤치마킹 했다고 묘사하고 있는 애플의 고객정책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출퇴근길에 지나다니면서 본 애플 매장이 왜 임대료가 비싼 시내 중심가에 있으며, 매장이 고급스럽고, 매장 직원들이 친절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인생에 있어서 자아실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말미를 남겨주고 있다. 저자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못치는 골프 실력으로 할아버지를 따라 골프장에서 재미없는 골프 경기를 하다가 들었던 할아버지가 준 교훈에 대해 언급한 대목은 사뭇 가슴속에 새겨둘만하다. 그것은 바로 자기 인생에서 무엇에 대한 점수판을 쓸 것인지는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틀리기 때문에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향해 나가라는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비단 비즈니스 영역 뿐만 아니라 우리 전체의 삶을 되돌아보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kangsc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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