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청소 마음 청소
가기야마 히데사부로 지음 | 박재현 옮김
나무생각
대학교 3학년 때 난 생산관리라는 과목에 대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시원소주라는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내가 느낀 회사의 첫인상은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깔끔하게 포장된 회사 앞마당은 물론이고 회사 주변 어디에도 쓰레기는 없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지하수를 받아갈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이 시설은 어떠한 제재없이 방문객이면 누구나 지하수를 공짜로 받아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심지어는 공짜 커피 자판기까지 설치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깨끗한 화장실을 개방한 것은 기본이었다.
지금은 지역소주로 지역주민들에게 제대로 인식이 되어 선호되고 있지만 사장이 바뀌기 전까지의 시원소주는 경영난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똑같은 브랜드에 같은 물을 사용하고 맛도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지금은 상당히 인지도도 높고 잘 팔린다. 그 이유는 대체 뭘까? 왜 전에는 회사가 헐값으로 매각될 정도로 제품이 안팔렸던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팔리기 전의 시원소주 앞마당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먼지가 풀풀 날리는 흙바닥이었다. 이로 인해 흙바닥을 거쳐서 회사에 들어서면 회사는 금방 흙천지가 되어 버리곤 했다. 그리고 매각전의 회사는 방문객에 대한 어떠한 편의시설도 제공하지 않았다. 게다가 화장실도 외부인이 사용하면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개방하지 않았다. 즉 사장은 자신 이외의 회사직원을 포함한 타인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돈버는 데만 열을 올렸던 것이다. 깨끗한 이미지가 생명인 소주회사가 이런식으로 회사를 운영했으니 망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이 책은 청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오직 청소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통해 얻은 생활의 지혜와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진리를 적절히 조합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삶의 지혜를 청소에 빗대여 우리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을 지양하고 서로 배려하는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 글이 다소 짤막짤막해 가벼워보일 수도 있는데 이는 글 속에 녹아있는 알찬 교훈으로 인해 가벼움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오히려 대부분이 짧은 글로 되어 있어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총 3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 안에는 70개의 글이 나열되어 있는데 난 이 중에서 내가 주목한 내용을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성과주의'라는 제목의 소파트에서 "동료를 쓰러뜨리고 짓밟고서라도 자신의 성과를 올리지 않으면 회사에서의 평가도 지위도 오르지 않는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삼성이 딱 그짝이다. 내 친구는 올해 카이스트 대학원을 졸업한 후 부푼 꿈을 안고 삼성연구소에 입사했다. 그런데 친구는 며칠 다니지도 않았는데 금방 회사를 다니는 것에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슨 같은 회사 동료들끼리 서로 아는 척을 안하는 것은 기본이고 신입인 친구에게 아무도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료애를 느끼며 열심히 일할 마음으로 입사했던 내 친구로서는 회의감을 느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두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직장환경'이라는 제목의 소파트에서 "혼잡한 직장 환경에서는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심리학과를 졸업한 친구가 갓 시원소주를 입사했을 당시의 회사는 엉망이었다고 한다. 회사 앞마당은 비포장으로 되어 있어 흙먼지가 날렸고 주변에는 쓰레기가 쌓여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장이 바뀌고 나서부터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바뀐 사장이 주변환경이 더러운 것을 문제로 인식해 회사를 인수한 후에 얼마 안 지나 현관 앞 마당을 시멘트로 포장한 것은 물론이고 회사주변까지도 깔끔히 청소했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 외부에는 누구나 와서 지하수를 마실 수 있게 했고 공짜 커피 자판기까지 설치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역주민들이 물을 뜨러 수시로 회사를 방문하게 되어 회사 인식도 좋아졌고 매출도 몇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청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세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고뇌'라는 제목의 소파트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또 한 가지 있다. 자신에 관한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는 좌석버스에서 아무도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아 팔이 부러진 적이 있다. 환갑이 넘은 할머니가 버스에 올라탔는데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서 발생했던 일이다. 이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방관자들은 자신은 평생 안 늙을 줄 알고 노후엔 자가용만 타고 다닐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언젠가 방관한 자들에게도 이런 상황에 놓일 날이 분명히 온다. 그런 사람들이 과연 그때가서 양보의 미덕을 주장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청소는 단지 주변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소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정화시켜주는 위대한 힘을 내포하고 있다. 청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인상적인 글귀
"청소란 머릿속을 청소하는 것이고,
그것은 동시에 마음속을 정화하는 것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최고조조(d3h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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