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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악마의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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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성경
리하르트 뒤벨 지음 | 강명순 옮김
대산출판사

이 책의 제목은 악마의 성경이다. 저기 써 있구나. 일단 제목이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책도 어마어마하다. 어마어마한 게 여러가지이다. 그 어마어마를 좀 구체적으로 보자면 이렇다. 일단 이 책의 주요 소재로 쓰인 성경이 어마어마하다. 코덱스 기가스라고 불리는 이 성경은 실존 필사본이고 두 명의 성인 남자가 힘을 모아야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란다. 크기는 약 100*50센티 정도이고 600쪽 이상의 당나귀 피지에 손으로 써내려간 텍스트란다. 이 책에 사용된 피지를 만들기 위해 160마리이 당나귀를 저 세상으로 보내야 했단다. 오 주여, 그 당나귀들에게 축복을. 대단하지 않은가?

      그러면 이것을 소재로 한 이 책을 한 번 살펴보자. 악마의 성경 1권 이란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대산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 인쇄본이고 한 명의 성인 남자가 들었다가 놓치면 발등을 찍을 위협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 무게를 미루어 짐작하건데 진짜 발등을 찍힌다면 귀곡성을 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심지어 두 권을 합쳐서 침대 위에 올려놓으면 라텍스 베개와 유사한 두께를 자랑하니 결코 만만치 않은 책이다.

      일단 이건 1권의 리뷰니까 1권만 보자. 22*15센티 정도의 크기이고 1권만 461쪽이다. 활자의 크기를 추측컨데 한글 2002 폰트 크기로 10 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빽빽하다. 이 책에 사용된 종이를 만들기 위해 희생된 나무가 몇 그루인지에 대해서는 딱히 알려진 바가 없다. 오 주여, 그 나무들에게 축복을. 대단하지 않은가?

      그러면 이 책의 내용을 한 번 살펴보자. 이 책은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대립시기였던 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악마의 성경이라 불리는, 앞에 설명한 코덱스 기가스의 탄생과 더불어 그 성경을 둘러싸고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미스테리적이며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키는 느낌을 확 풍기지만, 사실 이 책은 낚시 소설이다. 그러니까 뭔가 먹음직스러운 팩션 형태의 미끼를 걸어서 독자를 유혹하는 데, 나처럼 두꺼운 책을 좋아하고 중세 역사에 관심이 좀 있는데다가, 미스테리적인 냄새를 풍기는 책이라면 일단 덮석 물고보는 무식한 독자에게는 안성마춤인 미끼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덮석 물었다.

       덮석 물고 아주 열심히 1권을 읽고 났더니 아우, 이거 굉장히 피곤하다. 읽는 중간 중간 정체가 뭘까하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의외의 추리적인 요소를 가진 책이기도 했지만 일단 1권만 읽어서는 아직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처음에는 약간 미스테리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가, 갑자기 중세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다루고 있는 것도 같다가, 악마의 성경의 존재가 인간의 지식이 과도하게 남용되면 큰일난다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은 건가 생각도 했다가, 어라, 이거 로맨스인가? 하다가 1권이 끝나는데, 그 마무리에 2권으로 이어집니다. 라는 문구가 등장함으로 공포소설로 탈바꿈한다. 그렇다. 낚시 소설로 시작한 이 소설은 결국 공포소설로 1권을 맺는다. 나는 솔직히 2권을 읽기가 두렵다.

      그러나 사람은 때로 스스로 두려움을 이겨내고 굳건한 모습으로 이를 악물고 인내해야하는 시기가 있는데 바로 이 책의 2권을 그런 마음자세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다시 군대에 입대라도 하는 심정이긴 하지만 이 기회에 보다 단단한 인내심을 키워보련다, 라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역시 책이란 다방면으로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럼 힘내서 2권으로 고고씽.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비토(vito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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