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마빠, 나를 생각하세요(반양장)
미쉘 마틴 | 신기식 옮김
지영사 2007.12.17
환생자. 일반인으로서는 순순히 납득하기 어려운 환생이라는 것을 티베트 사람들, 불교인들은 신뢰하고 있다. 그들의 신뢰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까르마빠, 나를 생각하세요>(이하 <까르마빠>)는 17대 까르마빠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잘 아는 중국 문화혁명, 한 독재자의 욕심에서 기인한 중국 정치권 격랑은 티베트에까지 미치게 된다. "달라이 라마"에 관한 이야기는 책이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유행에 그쳤을까. 종교인이 아니라 그는 유명인으로서 자본주의 세계, 우리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다. 환생자, 17대 까르마빠 역시 그러한 맥락으로 겉핥기식의 관심에 그쳤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17대 까르마빠 나는 그를 텔레비전으로 본 기억이 있고, 함께 시청하던 사람들의 비아냥까지도 기억한다. 나 역시 세인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도....
'티베트 불교 17대 까르마빠의 삶과 예술 그리고 가르침'의 부제가 표지에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은, 즉 17대 까르마빠를 중심으로 해서 티베트 불교를 살피고자 하는 집필의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많은 지면이 17대 까르마빠에 집중되어 있지만 단순히 한 인물을 경외심으로만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큰 특징이다. 17대 까르마빠가 태생에서 환생자로서 인정받기까지가 초반부의 기술된 내용이다. 모두 4부의 대단원으로 이루어진 <까르마빠>는 17대 까르마빠가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로 등장하기까지의 내용을 1부에서 다루고 2부는 그의 가르침, 3부는 17대 까르마빠의 시, 4부는 까르마빠의 역사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록한 1부에서는 처음 문턱을 넘기가 어려웠다.
낯선 어휘들, 그들의 이름과 불교적 용어들은 거대한 벽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우리말로 옮겨진 <까르마빠>를 번역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앉은자리가 불편하기까지 했다. 몇 번을 더 읽어야 할 책, 두고 오래 읽어야 할 책, 단번에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느끼며 복장에 뭉치는 뜨거운 것이 무엇인지, <까르마빠>는 티베트 불교에 대한 기존의 대중적인 교양서에서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 많은 인내와 성실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렇다 해서 이 책이 읽을 가치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아쉬운 점은 용어 해설을 사전형식을 따랐다면 낯선 티베트어와 불교용어를 찾는데 번거로움은 좀 덜했을 것이고, 속에 타는 답답함도 좀 덜하지 않았을까 한다. 인물설명과 용서설명을 책 뒷부분이 아닌 앞쪽에 두는 구성을 했다면 읽는이에게 티베트 불교를 이해하는 데 큰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힘들었던 책, 그래서인지 <까르마빠> 끝머리에 수록된 '옮긴이의 말'이 납득이 된다.
이 책을 지영사로부터 받은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대충 훑어보았는데 까르마빠의 환생과 환생과정의 인정 그리고 탈출기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자진해서 지영사에 이 책을 번역하겠다고 부탁했다. 그리고 번역을 시작했는데 이내 내가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 특히 티베트 불교의 독특한 관습과 티베트어를 영어로 옮긴 단어들의 난해함 때문에 번역을 포기하겠다고 출판사에 두번이나 연락했다. (...) '이 책은 재미가 없어서 안 팔릴 책'이라고 말해도 막무가내였다. '아주 좋은 책이고 잘 팔릴 테니 걱정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최종교정본을 받아들고 보니, 출판사의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고 잘 팔리리라'고 이제 나도 확신한다. (...) 이제 나는 저자가 서문에서 한 말의 뜻으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에 홀로 가는 일은 없다. (옮긴이의 말/ 459쪽)
"세상은 홀로 가는 일은 없다." 결국 이 한 문장을 우리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일까. 삶은 이해 못하지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인 듯, "세상은 홀로 가는 일은 없다"라는 것을 느끼라는 시간인 듯하다. <까르마빠> 책 자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귀퉁이 몇 문장이라도 제대로 느끼기만을 바랐다. 3부에 실린 17대 까르마빠의 시편들은 쉬웠고, 이해하기도 용이했다. 시의 활자수에 비례, 크게 넘치지않는 해설 역시 까르마빠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얻었다. 2부의 말씀편도, 4부의 까르마빠의 역사에 대해서도 사실 번역된 문장들은 크게 어렵지 않다. 쉬운 문장을 읽어내면서도 낯설기만 한 이유는 티베트 불교에 무지한 탓이다. 앞서 티베트 불교에 대해서, 그 체계에 대해서 공부한 사람들과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우선은 까르마빠의 시부터, 그리고 까르마빠의 말씀을 읽는 것이 그를 가까이 느끼기 위한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혼자생각을 해본다.
마하무드라를 노래함
세상인듯한 것은 미혹된 모습이고
마음의 움직임은 인위적인 노력에 메이지 않아야 하니,
행위, 자유, 까달음에도 변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는 심오한 마음 안에 머무는 것이
마하무드라고 이른다
<까르마빠>는 첫 장에서 다음과 같은 기원을 하고 있다. 나 역시 그의 장수를 바라며 티베트 불교에 신비주의적인 막연한 관심, 흥미거리로 여기기보다는 그 역사와 현재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종교적인 관심까지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읽는 동안 벽돌 한 장을 머리를 짓찧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까르마빠> 이 책이 앞으로 어떠한 느낌으로, 달리 읽히게 될지가 사뭇 궁금해진다.
17대 걀와 까르마빠 오겐 틴레 도르제께서
오래 사시어 왕성하게 활동하시고
중생들이 행복하고 기쁘고 자유롭기를 기원합니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환(key18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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