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기술
다쓰미 나기사 지음 | 김대환 옮김
이레
인상깊은 구절
- 우선은 '아깝다'로 봉인하는 행동을 그만두자. '사용하는가, 사용하지 않는가.' '버릴 수 있는가, 버릴 수 없는가.'의 마음으로 물건을 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깝지 않은' 물건과의 사귐이 가능해지게 된다(16p).
- '언젠가'의 봉인을 푸는 최강의 주문은 '3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은 필요 없는 것'이다(68p).
- 갖고 있는 것은 부지런히 사용하자. 반대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갖고 있지 말자(87p).
- '한 번은 쓴 것이니까.'하고 사고방식을 바꾸면 많은 물건을 버릴 수 있게 된다. 한 번을 충분하다고 생각하든 '이것만'하고 납득할 수 있는 선을 긋든 그 물건에 맞춰 달리 생각하면서 아깝다고 망설이는 마음을 끊는 데 효과적인 테크닉이다(166p).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단순하게 살아라 - 로타르 J. 자이베르트 지음| 유혜자 옮김
부자가 되려면 책상을 치워라 - 미스다미츠히로 지음| 정락정 옮김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는 '오죽하면, 정말 오죽하면 이런 책이 다 나올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이렇게 버리지 못해서 일터와 집안을 어지럽혀 고민에 빠진 사람이 나 하나뿐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에 묘한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제발 이 책만은 나를, 이 어지러운 공간에서 해방시켜 주기를.'이라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한 마디로 말해 이 책은 독자의 머릿 속에서 뜬 구름 잡는 이야기에 그치는 여느 비법들과는 달리, 독자의 생활에 무사히 안착하여 그들의 공간을 변화시켜줄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안들이 자세히 나와있는 책이다. 먼저 우리가 '왜 버리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꼬집고, '버릴 수 있다!'라는 사고방식 10계명과 실제로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는 기준과 지침이 되어주는 '버리기 테크닉' 10개조를 알려준다. 그리고 재활용 제대로 하는 방법과 물품 기부하기 등 좀더 기분좋게 '버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야말로 <버리는! 기술>이란 책 제목에 100% 충실한, 실천의지를 불태우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왜 그동안 물건들을 쌓아두고 살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 일단 내게는 물건들의 성역이 너무도 많았다. '물건을 버리면 그 물건에 얽힌 추억까지 잊고 만다'는 생각에 함부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고등학교때 착용하던 명찰과 학교뱃지 등도 보석함에 고스란히 가지고 있던 나였다. 그리고 이 생각은 나아가 '언젠가' 쓰겠지란 생각으로 굳어졌다. 어린 시절 받았던 편지나 일기장, 앞서 말한 뱃지와 명찰 등은 수십 년후 할머니가 되었을 때 꺼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직도 끌어안고 있다. 또한 너무 아끼고 아끼다보니 쓰지 않고 보관만 하고 있는 물건들도 많다. 고등학교 다닐 때 후배에게 선물받았던 귀여운 푸우 집게는 '너무 예뻐서 쓰기 아깝다'는 이유로 벌써 8년째 책상 서랍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책에서의 조언대로 '갖고 있는 물건은 부지런히 사용'해야하는데 말이다. 이 단순한 논리를 왜 난 이제껏 몰랐을까.
책을 읽고 책에 나온 '버리기 위한 테크닉'을 실천해보았다. '좁은 공간부터 먼저 시작해보라고했지? 그럼 어디 싱크대 서랍들을 청소해 볼까?' 마음먹고 작은 서랍 하나를 열어보니 뭐가 이리도 오만가지 뒤섞여있는지. 녹차티백과 설탕봉지, 이쑤시개와 물티슈, 집게, 비닐봉지, 연고와 반창고 등등이 마구 엉켜있었다. '에휴-'한숨 한번 내쉬고 물건을 모두 꺼내놓고 버릴 건 버리고, 연고와 반창고는 약통에 넣는 등 쓰는 물품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그런데 어라? 작은 서랍 하나 버리고 정리했을 뿐인데, 마음 속에서 뿌듯함과 보람이 마구마구 밀려온다.
오늘은 옷장 한 칸만 살펴보았다. 2년간 손도 대지 않았던 쟈켓과 스커트가 눈에 들어온다. 내일은 출근길에 헌옷함에 저 옷들을 갖다넣고 가야지-라고 다짐해본다. 마음 한구석이 또 뿌듯하다. "이제는 좀 정리해야지, 이제는 좀 버려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막상 버리려고 하면 '아깝다'는 생각부터 드는 당신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노란지붕(realj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