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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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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정치의 장소들
김원, 신병현, 심성보, 이황현아, 이희랑
천권의책

■ 새로운 노동자들의 '장소'

60-70년대 일인 독재정권 시절 노동운동은 새마을 운동이다 경제재건이라는 미명아래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전무후무했다.

사실 노동현장 중심으로 많은 변혁운동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부패정권과 일인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정치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을 뿐 이 책 <사라진 정치의 장소들>에서 다루는 내용은 바로 80년대 군부 독재정권 시절의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이후 군부정권의 독재를 막아낸 국민들은 그 힘을 이어가면서 노동자의 계급투쟁과 정치력 강화가 본격화됐다.

특히 90년대 민주노총 탄생과 산별노조 생성은 우리 노동운동 역사상 가장 큰 변혁이라고 손꼽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운동의 장소, 즉 '공장'을 중심으로 탄생과 변혁, 그리고 쇄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 민주노조의 '시효소멸'_병폐의 시연장소

이 책을 통해 노동운동의 일선에 선 선봉자들이나 분석가들은 모두 '전략적 선택론'이라는 단어를 들고 나온다. 말 자체에서도 진일보 했지만 후퇴라는 새로운 전략적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노조의 정치양식의 시효가 소멸됐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조의 활동은 물론 정치적 파워게임에서까지 그 설자리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효소멸의 큰 원인으로 엘리트 중심의 노동문화, 사회적 정체성, 문화적 제한성, 그리고 지배담론의 약화 등을 이 책에서는 꼽았다.

'민주노조'운동과 활동가 집단은 노동자 대중들이 어떠한 사고를 하는지에 대해 사고하지 못했자. 또 민주노조의 합법화 이후 노동자 일상은 공장 내부로 더욱 갇히는 경향을 보여왔다. 마지막으로 활동가 조직들의 정파적 담합 구조와 지배 구조의 순환성은 형식적인 총회민주주의 병폐를 무대 위에서 시연하고 있을 뿐이다.(49-53쪽)

 
 ■ 신자유주의 이후 민주노조의 변화_공장안에 갇힌 실천

이 부분에서 가장 실감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울산 북구 '현재자동차노동조합'을 예로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90년대와 21세기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민주노조를 위협하고 있는지 현대자동차 노조의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바로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였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 민주노조의 태동기라고 한다면 90년대 중반부터 민주노총의 정치 참여로 인해 노동운동이 단순한 권위보호에서 나아가 정치적인 세력으로 자리잡았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런 정치세력화는 실제 노조활동의 장인 공장에서는 '대리기구로서 노조'라는 인식을 낳았다.

이미 만들어진 공장 내 게임 룰에 순응하는 조합원과 활동가를 양산하는 동시에 '연대'를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는 조합원과 활동가를 양산했다.

신자유주의가 노조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들의 투쟁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아마도 이런 변화를 꼬집기 보다 변화를 통해 반성과 전진을 채찍질해주고 있었다. 이 책은.
 
 
■ 민주노조의 가족과 정치

이 부분에서 가히 놀라울만한 주장이 등장한다.

가족은 대표적인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라는 점이다. 그리고 가족은 여성에게 모성, 순결, 가정성, 현모양처 이에올로기를 주입하는 억압의 장소라는 것이다. 가희 노동운동의 진보성과 투쟁성이 돋보였다.

 지배계급과 국가는 가족, 학교, 교회, 언론, 대중매체, 정당, 노조 등을 통해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유포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기존 사회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재생산한다......(중략)......가족 이데올로기는 가부장제적 사회구조나 이데올로기만으로 설명할 수없는 근대성을 포함하며 식민지, 전쟁과 분단 경험을 아우르는 한국사회의 특이성 속에서 구성된다.(120-121쪽)

 결국 노동운동은 단순히 노동현장의 변화와 권익을 추구하는 것에서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서 반드시 숭리해야 하는 파업과 투쟁으로 자리매김했다. 벌수 있을 때 벌자는 말도 이제는 노동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노동자가 파업과 투쟁을 벌이는 공간인 공장 역시 노동자는 물론 그 노동자가 살아가는 원천인 가족이 있다. 그래서 가족중심, 가족을 위한 노동운동이 새로운 페러다임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에서 점점 등록금투쟁이 확산되는 것도 같은 논리에서 볼 수 있다.
 
 
■ 민주노조에 대한 고찰

앞서 보았듯이 이 책은 단순히 민주노조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췄기 보다는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둘 수 있다.

첫장에서 노동운동의 장소로서 공장은 화폐가치로서 환원된 시간이 지배하는 곳이며, 노조와 활동가들이 다양한 사고와 행위가 출현하는 현장이며, 현장조직 간 권력 타협이 이루어진 현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현장은 파업과 투쟁은 곧 물량과 협상이며 자본과 이해관계가 맞으면 그냥 빨리 끝내는 담합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반성할 일이다.

이 책속에 인터뷰를 자청하며 밝혀진 내용들이다.

파업의 왜소화와 수박 겉 핥기식의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21세기 신자유주의 시대의 의제가 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즉, 파업은 임단투로만 제한되고 짧고 간단한 의례적인 파업의 형태를 띠며, 파업의 시공간이 관료화되고 제한되고 지배받는다.

결국 민주노조 파업의 의제는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기본정신은 변할 수 없다. 만약 그 근간까지 흔들린다면 동네에서 하는 반상회와 파업.투쟁이 뭐가 다를까?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땡글이(faust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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