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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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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안상헌
경향미디어

1.

   가끔, 아니 자주 느낀다.  이 사람 예사 필력이 아니로군.  부럽다.  그러면서 책장을 마구 넘기다가 마치 돌부리에 걸려 자빠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자빠져 무릎이 깨져도 히히 웃으면서 좋아하는 꼴이 머리 꽃 꽂은 형상이다.  자빠진 옆자리에 소 한마리 지나간다.  녀석도 머리에 꽃 꽂고 있다.  멀리 사라지는 꽃 꽂은 소의 똥묻은 궁둥이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나는 다시 책장으로 눈을 돌린다.

   긍정 심리학과 한창 인연이 깊은 요즘 <자신감> 역시 예사롭지 않다.  요즘 내가 읽는 긍정심리학 부류의 책은 거의 대부분이 번역서다.  그런 책들을 대하다 보면 글(문장)이 버성기는 느낌,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말글 살려 쓰고자 하는 분들이 예전보다 늘었다지만 안타깝다.  전문 작가가 번역을 해도 썩 내키지 않는 어휘, 번역투 문장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곤 한다. 물론 나 역시 번역투로 일기를, 잠깐 독후 감상(서평)을 쓰고 있다.  1950, 60년대 작가들이 일본어로 작품 초고를 쓰고 우리글말로 번역을 하는 희한한 작업을 했듯이 이제는 번역투 문장을 먼저 쓰고, 우리말글로 번역해야 하는 수고를 겪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땅의 현실이다.  긍정심리학으로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배우기 전에 통탄할 현실과 먼저 맞닥뜨리니, 긍정심리학으로 부정적 감성만 배양하는 꼴이 되는 것 아닌가.  안 될 일이다.  


2.

   자, 그러한 현실 아래에 <자신감>을 읽어보자.  이 책 예사롭지 않다.  문장이 우리 입말에 가깝다.  번역할 필요가 없이 글쓴이가 우리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안상헌 씨.  <경청>, <배려>를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물론 번역서인 <베티>를 읽을 때와도 크게 다른 느낌이다.  내용은 좋으나 (문장에서) 뭔가 아쉬운 <인생수업>, <상실수업>을 읽을 때와도 확연이 다른 무엇인가를 느낀다.  그것은 입에 척척 달라붙는 문장, 그 친숙함이다.  물론 나는 어문학자도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전문작가, 전업작가?도 아니다.  아니 그래서 더 문장에 집착하고 가려 읽고 등위를 매겨도 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읽는이(독자)에게는 그러한 권리가, 자격이 있다.  다만 행사를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해서 나는 <자신감>의 문체에 우선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렇다면 내용은?  물론 두말할 나위 없다.  긍정 심리학의 시각으로 나는 <자신감>을 읽는다.  그러면서 평소 나는 긍정심리학을 읽는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자신감>을 통해서 비로소 명확히 깨닫는다.  수월하게 살고 싶은 욕심이다.  

   <자신감>에서 소개하는 비법?은 먼저 '나'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머뭇거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에너지", 그것이 <자신감>이다.  누구든, 아니 적어도 나는 좀 당당하게 나댈 필요가 있다.  무슨 생각이 그리 무거운지 앉아 일어나지를 못한다. 해서 이 책을 읽고 싶어했다. 그래서 읽었다.  생각으로 무게감을 얻은? 엉덩이가 가벼워졌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내가 '행동'할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어슴푸레 느낀다. 내가 딱인 그 무엇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자신감>에서 알려주고 있는 간결하고 명쾌한 내용들을 통해서 나는 내가 행동하고자 원하는 그 무엇, 귀뜸을 얻었다. 지식은 때로는 날카로운 칼로, 무기가 되는경우가 있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병가상사일 때가 있다. 지금은 <자신감>을 통해 얻은 인간 행동의 기본법칙이 내게 치명적인 해악이 되든, 좋은 명약이 되든 그 기로에 서 있는 순간이다.  '나 하기 나름'(선택)이다.  즉 <자신감>은 우리가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돕는 지침서, 안내서인 것이다.

3.

   나는 <자신감>에는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와 내용이 들었다고 앞서 언급했다.  그렇다.  한데 왜 대부분의 인용구는 외국 유명인사일까 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는다.  외침이 많았고 강제점령기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렇지만 우리 문화 역시 유구하다.  긍정심리학 관련 강의를 들으면서 교수님 말씀, 결국은 같은 말이지만 표현이 다를 뿐이다.... 그 말씀을 듣고 난 뒤라 그런지 <자신감>을 읽는 동안 하지 못한, 인용구절과 예문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다.  적어도 우리 문학에도 <자신감>에서 인용한 구절 못지 않게 적절한 내용이 많을 텐데... 물론 굉장히 수고스러운 작업이 될 것이 뻔하지만 누구라도, 언젠가는 해야 할 작업이 아닐까 싶다.  우리 땅에서 자생한 풍부한 자료들이 얼마든 있음에도 굳이 숱하게 옮겨왔던 인용구절, 예문을 사용할 것까지야 있는가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감>, 이 책이 갖는 실용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평소 내가 무엇을 궁금해했는지를 <자신감>을 통해서 분명히 알아챈다.  나는 내가 하는 행동을, 이미 누군가는 한번쯤, 그 이상을 걱정했고 연구하고 정의를 내렸을 그 행동을 <자신감>을 통해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 여러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자신감>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자신감>을 통해서 일보전진하는 쾌거를 얻은 것이 아니겠나.  행동할 수 있는 지혜를 <자신감> 덕분에 나는 '알게 되'었고 이제는 행동하기를, 스스로 다독이며 독려한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환(key18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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