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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

전미정 지음
예담 2009.09.30
펑점

나는 깍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조각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 한다는 건데. - 황인숙의 칼로 사과를 먹다 중 -

 

요즘 상처받은 일이 많아서인지 제목에 끌려 책을 뽑았고, 표지를 보고 다시 한번 선택했다. 유리창 속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이는 표지를 자꾸 만져보게 되고 중간 중간 사진들이 시와 함께 다른세상을 여행하듯 마음에 쉼을 준다.

예쁜 표지와 함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 치유 에세이 란 낯선 장르란 것이 나를 끌었다. 이 책은 시와 더불어 그 시를 음미하고 시를 통해 상처를 끄집어 내어 치료하는 책이다. 나같이 문학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시집을 통째로 읽어도 남는 게 없다. 그냥 소설읽듯 쭉 읽고 던져놓기 일쑤인데, 이 책은 작가의 특유한 상담의 시선으로 시를 풀어주고 삶에 적용시킨 예라던가 또 다른 문학적인 해석으로 그 시를 다시 한번 곱씹게 만든다.

 

“아~ 이 짧은 구절 안 에 이렇게 깊은 뜻이 숨어있었구나!”하는 것을 발견하며 또 전문적인 상담지식이 없어도 시어와 생활 속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공감하는 삶의 문제와 해결방법들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나의 특이한 경험은 어떤 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의 주제가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이어서 더 많이 이야기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외로움, 분노, 인정욕구, 자기애, 죄책감...우리가 친구들과 할 수 있는 수다의 내면에 감추어진 인간의 본능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중-

문득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아 아플 때, 사는게 외로와서 눈물이 날 때 이 책을 읽으면 아마 오래되고 지혜로운 친구와 이야기를 하듯 위로를 받고 꽃이 말라 모과 열매로 향기를 피우듯 상처가 아무는 느낌을 받게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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