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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유는 진화한다

 

자유는 진화한다

대니얼 데닛 지음 | 이한음 옮김
동녘사이언스 2009.10.05
펑점
자유가 진화한다고?
예상했어야 옳았다. 자유나 자유의지라는 주제는 꽤 까다로운 철학적 주제에 속한다는 걸, 게다가 자유에 대한 논의에 진화를 도입하기 위해선 다방면의 과학적 사실들을 관통해야 한다는 걸!
과학에서 다루는 영역이 결코 쉬운 건 아니지만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같은 훌륭한 안내자들 덕에 진화론, DNA, 뇌를 탐구하는 신경과학 등 일반인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과학적 지식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 반면에 철학적 탐구는 여전히 까다로운 주제로 보인다. 아마도 대니얼 데닛의 책이 비슷한 주제를 다룬 대중 과학서들보다 어렵게 느껴진 이유가 철학적 담론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되어진다.
데닛이 다루고 있는 진화론적 관점과 과학 지식들은 최근에 잘 알려진 내용들이나 결정론이라는 세계와 가능한 우주들, 자유의지와 불가피성 등에서의 논리는 꽤 까다롭게 느껴졌다.  결정론적 세계와 자유의지에 대해 한 친구와 대화를 시도해 봤는데 결정론 = 운명론 또는 숙명론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 역시 결정론은 자유의지에 반하는 세계관이라고 여겼다.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론을 주장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쪼갤 수 있는 원자의 개념이 아닌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근본 입자로서의 원자를 상정했다고 한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로 이루어진 우주는 물리 법칙에 의해 모든 원자들의 운동이 예측 가능하기에 결정론적 우주가 된다. 데카르트가 비물질적 영혼을 상정하고 기계적인 세상과 이원화 한 것은 서구에서 철학과 과학이 분리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이제 데닛은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철학의 재료였던 인간의 자유와 자유의지를 결정론적 세계관에 담아 자유의 가능성을 탐험하고 있다.
여기엔 장난감 모형이라고 언급한 2차원의 가상 세계가 등장하는데 이 단순한 구조 속에서도 어떤 동일한 패턴이 등장해 생존하고 포식자가 되고 때로는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발견되는 등 놀라운 진화 과정이 일어난다.. 이 모형은 결정론적 세계지만 간단한 규칙만으로도 역동적이고 놀라운 진화 실험이 가능하다. 이런 모형이 더욱 복잡해지고 발전 되면 실제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모방하고 언젠가 자유의지라고 부를 만한 어떤 패턴이 발견될 수도 있지 않을까?
또한 유명한 게임이론인 죄수의 딜레마나 케인의 비결정론적 의사 결정 모형, 도킨스가 주장한 문화적 공생체 ‘밈’이론 등은 정치, 사회적 의미에서의 자유의지, 즉 도덕과 윤리의 문제로까지 확대된다.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자유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열린 정신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면 자유의지는 계속해서 진화해 인류를 더욱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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