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전영선 : 북한의 대중문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화적 편견과 자문화 중심주의 입장에서 볼 때 낯선 문화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p. 42)

   <북한의 대중문화>는 딱딱한 사회과학 서적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쉽게 읽히고 여러모로 북한에 대해서, 한민족이 가져야 할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같은 민족이지만 분단 고착화로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이 더 강한 북한. 미국의 경제봉쇄와 자연재해로 말미암아 심각한 기아로 허덕이는 가난한 나라, 미국이 싫어하는 나라로만 각인된 북한. 우리는 북한을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로만 막연히 알고 있다.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력을 앞선 것이 십수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경제적 우위에서 통일 이후 겪어야 할 혼란에만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일이란 분단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상호 적대적이며 대결적인 분단체제를 해체하고, 완전한 통합체를 이루는 과정이지 그 자체로서 결과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제도적, 규범적 통합이 곧바로 내적 통합까지 포괄하는 '진정한' 통일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은 타당성을 갖는다(p. 221)  

   <북한의 대중문화>는 왜곡된 우리의 시각을 바로 잡아준다. 문화만이 지니는 포용성,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통일의 길을 열어간다. 제1부는 '북한 대중문화 이해를 위한 길라잡이'를 표제로 정하고 있다. 남북한의 상이한 문화적 입지에서 다른 문화를 올바로 보는 시각과 바람직한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한자로 미(美)는 양(羊)과 크다(大)라는 글자가 합하여 이루어진 단어이다. (p. 38)

   남한의 대중문화는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따라서 생산, 유통된다. 하지만 북한의 대중문화는 남한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들에게는  "북한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당과 수령에 대한 끊없는 충성심을 간직하고 사회적치적 생명을 빛내여나가는 주체형의 공산주의적 인간'이며, 그들의 '창조적 노동에 의하여 거창하게 변모되여가는 조국의 자연'이며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사회주의 제도'이다."(p. 23).


   이러한 미학적 관점에서 창조된 북한의 대중문화는 남한의 그것과는 시작부터 확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논리에서 창출된 관점에서 북한의 대중문화를 무의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남한은 우월,  북한은 열등이라는 관점이 은연중에 자리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문화는 순위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으면서 남북한의 경우에는 그러한 잘못을 자주 범하고 만다. 남한의 시각에서 북한의 대중문화를 단순한 비교우위의 측면에서 바라볼 경우에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영선 씨는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제3부는 '남북 문화의 흐름과 소통'이다. 통일로 가는 과정에 있어서 '문화의 역할과 중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남북 문화 교류의 현황, 문제점, 전망 등을 살피고 있다. 제2부는 북한의 대중문화에 대해서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실권자의 영화 애호, 전문배우, 배우양성, 북한의 가요 등 다분야의 대중문화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북한에서의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어떠어떠한 종류의 영화가 있어왔고 국제적인 평가는 어떠한지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우리의 시야를 넓혀 주고 있다. 

흔히 일본을 말할 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남북한을 이야기한다면 어떤 표현이 적당할까. 아마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실상은 잘 모르는 나라'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p. 57)

  길 가다 젊은 사람에게 물어보면 거진 반 이상의 수가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지금도 배불리 잘살고 있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유의 대답을 듣게 된다. <북한의 대중문화>는 통일의 당위성을 전제에 깔고 상이한 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씌어졌다. 문화를 이해하는 기준, 잣대를 가르치고, 또 왜 문화가 통일에 있어서 중요한지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공백으로 남겨두고 있다. 왜일까?  본디 하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북한의 대중문화>를 찬찬히 읽으면서 차분히 생각해 볼 일이다.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환(key18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