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김경순
문학수첩
'흔히들 사랑을 교통사고라고 비유하지. 언제 어디서 어떤 인간이 튀어나와 부딪힐지 예고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교통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지 않아. 대략적으로 21번의 위험한 운전 끝에 발생하는 예측 가능한 사고야. 사랑도 마찬가지야. 사랑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21번의 우여곡절을 거친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소설을 봐도, 영화를 봐도 쿨한 연애가 넘쳐 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세상은 엄한 규칙에 둘러싸여 있어. 난 네가 상처 안 받길 바랄 뿐이야.'
회사에서 동료들과의 자리에서나, 오랜만에 만나 함께 수다떠는 친구들과의 자리, 영어학원에서 선생님과의 프리토킹 수업시간. 이 모든시간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주제는 바로 '연애' '사랑' 이다. 사랑이야기만큼 재밌고 슬프고 가슴아픈 이야기가 또 있을까? 특히 20대 여자들의 대화에선 남자이야기가 빠지면 김빠진 콜라같은 느낌이 든다. 나 역시 20대 여자이기 때문에 섹스칼럼니스트의 사랑방정식이란 글귀를 읽고 그냥 넘어갈수는 없었다.
주인공 정지희의 직업은 섹스칼럼니스트다. 말이 섹스칼럼니스트지 34살의 나이에 연애경험도 별로 없고 이 분야에 관한 지식은 부족하다. 대학때 알고지내던 H를 우연히 만나고 그는 곧 지희의 동생인 속옷디자이너 지영과 사귀게 된다. 남의떡이 더 커보인다고 할까? 동생과 사귀게 된 이후로 지희는 H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고 급기야 사랑하게 된다. 사실 몇년전 오랫동안 사귀어온 S와 사랑을 했지만,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정지희의 사랑찾는 이야기라고 간단히 정의하고 싶다.
이 소설은 현실적인 면이 다분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성과 사랑에 대하여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아놓았다. 또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매간의 다툼과 친구들과의 수다, 잠깐 스치듯 만나는 소개팅남과의 인연등... 내가 겪었을 법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더 쉽게 책장이 넘어갈수 있었던것 같다. 무엇보다 모든사람들이 남의 사랑이야기 듣는것을 좋아라 하지만 역시 그때만 집중할 뿐이지 진심으로 걱정해 주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나의 이런생각과 매치되는 대목이 나왔을땐 정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이 책을 집었을때 왜 제목이 21일까? 하고많은 숫자중에 왜 21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책을 다 읽으면 이해할 수 있겠지...하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서도 막연한 의미만 떠오르지 뭐라고 딱히 정의할 수가 없다. 하지만 궁금하지는 않다. 내 생각엔 사랑이라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숫자는 사람마다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수십번의 사고와 수십번의 절망과 수십번의 눈물을 경험해봐야 진정한 사랑을 깨닫지 않을까? 아니 반대로 생각해보면 수십번의 경험을 이별을 경험하고 어느정도 사랑에 관하여 알겠다고 자부하면서도 다시금 아파야 하는게 사랑이 아닐까 싶다... 알다가도 모를것이 사랑이겠지.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땍땍이(alstusl0655)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명한 그녀는 거절하는 것도 다르다 (0) | 2008.12.18 |
---|---|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0) | 2008.12.18 |
히트 (0) | 2008.12.15 |
잘 하겠습니다 (0) | 2008.12.15 |
난 할 거다 - 이상권 (0) | 2008.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