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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발 -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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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김행숙

발이 미운 남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나의 무용수들,

나의 자랑,발끝에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다.

나는 기도할 때 그들의 힘줄을 떠올린다.

그들은 길다. 쓰러질 때 손은 발에서 가장 멀리 있다.



세상에서 가장 못 생기고도 아름다운 발은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일 것입니다.

저 발을 보면서 그녀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험난한 길을 걸어왔는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 열아홉 시간씩,
1년에 천여 켤레의 토슈즈가 닳아 없어지도록
피와 땀과 눈물과 고통의 시간들을 이기고 얻어낸
승리의 면류관...

그녀의 발을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보면서
제 자신의 모습도 함께 들여다 봅니다.

부끄럽습니다.
게으름으로
변명과 핑계로
교만과 위선으로 얼룩진
어긋난 삶이었습니다.

진심으로 후회하고
뉘우칩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자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임을 깨닫으며

저 험한 발처럼
더 부지런히
더 뜨겁게
더 겸손히

승리의 푯대를 향해
묵묵히 달려나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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