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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빈 배 - 장자

빈 배


배로 강을 건널 때

빈 배가 떠내려 와서

자기 배에 부딪치면

비록 성급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비키라고 소리친다

한 번 소리쳐 듣지 못하면

세 번 소리친다

세 번째는 욕설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까는 화 내지 않고

지금은 화 내는 까닭은

아까는 빈 배였고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두 빈 배처럼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느덧 소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청명한 가을하늘처럼 텅 비인 느낌입니다.

비어 있음은 또 다른 채움을 위한 준비단계라 생각됩니다.
빈 곳에 무엇을 채울까는 개인마다 다르겠지요.

어떤 사람은 맑은 공기와 바람을, 어떤 사람은 먼지만 잔뜩 채울수도 있겠구요...
어떤 사람은 기쁨과 희망을 채우고, 어떤 사람은 슬픔과 좌절만을 잔뜩 채운채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을 겁니다.

대우주인 자연과 소우주인 인간의 조화 -
지금 이 시간 24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대철학자 장자의 시 한 편을 읽으며 빈 곳에 임 하시는 창조주의 섭리를 깊이 묵상해 봅니다.

빈 들에서...
빈 바다에서...
빈 마음에서 만나는 놀라운 축복들...

장자의 말처럼 인간의 마음이 無慾(빈 배)의 상태에 있을 때는
남들이 좀처럼 시비를 걸어오지 않습니다.

"사람이 모두 빈 배처럼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그를
해칠 수 있겠는가?"

오직 진리의 말씀으로만 가득 채우고 살아가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알차게 익은 곡식과 과실처럼
이 결실의 가을에 하나님의 은총이 우리 모두의 삶에
풍성히 임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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