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스캔들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 않다!
"뒤흔"들었다길래 뭔가 심상찮은 이야기들일 꺼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그 강도가 내가 짐작했던 것 이상의 놀라운 이야기들이라 책을 읽으면서도 몇번이나 "이걸 믿어? 말어?" 싶었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도중에 몇번이나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스캔들]을 읽었다. 이 책은 김대문의 <화랑세기>를 토대로 쓴 글이다. 아니다. 필사본<화랑세기>를 토대로 쓴 글이다. 필사본<화랑세기>를 통해 볼 수 있는 신라인들의 성에 대한 관념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말하려면 필사본<화랑세기>라는 책에 대해 먼저 언급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화랑세기花郞世記>는 유일하게 신라인 김대문이 쓴 신라의 이야기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사라진 책이었던 <화랑세기>가 다시 역사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일제시대에 박창화가 필사했다는 필사본 <화랑세기>가 1989년 발견되면서부터이다."(p54) 그 후 필사본 <화랑세기>의 진위여부를 둘러싼 문제로 역사학계가 떠들썩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얼핏 들어봤던 것도 같다. 내게 역사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대부분은 필사본 <화랑세기>는 위작이라는 데 무게를 두셨던 것 같다.
그러나 글쓴이는 필사본 <화랑세기>에 대해 위작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편에 서 있다. 그 주장의 근거로 몇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화랑세기>에 나오는 미실의 향가는 조작할 만한 수준의 작품이 아니다."(p55) "둘째, <화랑세기>에서 언급한 '구지'의 존재이다."(p55) "구지"는 신라 당대에 매립되었다가 1980년대 후반에 와서야 발굴되었다는 것. "셋째, 임신한 유부녀와 성관계를 하면 그 아이가 태어난 후 마복자로 삼는다는 신라의 풍속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다."(p55) 라는 것 등..
글쓴이는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필사본<화랑세기>를 신뢰하는 입장에서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는 신라인들의 자유분방했던 성에 관한 것이다. 사실이라고 믿기엔 너무나 충격적이고 자유분방하고 문란해 보이는, 그리고 개인적인 느낌을 첨가한다면 역겹기까지 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오히려 나는 글쓴이가 주장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필사본 <화랑세기>가 위작일 꺼라는 생각만 더해져버렸다.
자신들의 우월한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이 성행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색공, 색신 등의 단어는 사실 그대로를 믿어야할지 의심스러웠다. 남편이 오히려 아내의 "외도?"를 권장하는 모습이나, 단순히 즐기기 위한 관계를 "신국의 도"라고 말하는 모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판단조차 서지 않았다. "우리가 삼국통일의 주역으로 알고 있는 신라 화랑의 용맹함과 기상 뒤에는 남색을 즐기는 꽃미남 집단이라는 이런 은밀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p136) 믿기 어렵다. 믿기 싫었다는 말이 더 적합하겠다.
이 책에 대한 판단은 화랑세기와 필사본<화랑세기>에 대해 좀더 공부한 뒤에 내려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신국의 도(?)"를 담고 있는 책. [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스캔들].
[출처] [오늘의책콩] 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스캔들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늘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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