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방랑
인상깊은 구절
수많은 인도 관련 여행기며 에세이들을 많이 접해왔다. 가난, 불결, 부정..이런 꼬리표들을 늘 달고 있는 나라이지만 인도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를 사랑한다. 도대체 왜, 무엇이 그토록 매력적인 나라이길래 늘 궁금했지만 실제 가보지 않고서는 그들의 인도 사랑에 백퍼센트 공감할 수는 없었다.
<인도방랑>은 후지와라 신야씨가 1969년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 되던 해에 인도 땅을 처음 밟은 후 약 3년간의 인도 여행 이야기를 담은 기록이다. 과히 방랑이라 할 만한 기간이다. 그는 거기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요, 종교적 수행을 행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방랑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그는 1960년대 말 일본이 근대화와 물질적 풍요를 좇는데 급급해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인도로 떠났다고 말한다. 그가 인도에서 발견한 것은 바로 "열"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열"은 사막에서 불타는 강렬한 태양의 열일수도 있고, 시신을 화장할 때 내뿜는 독한 열일 수도 있으며 인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불길일 수도 있다. 작가는 바로 이 열이 인도의 생명을 지탱하는 근원이라고 표현한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작가가 있는 모습 그대로 담아낸 한장한장의 사진들은 인도의 모든 열들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소위 요즘 사람들이 추구하는 넘쳐나는 예쁜 사진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진들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아마도 인위적이 아닌, 연출이 아닌, 사람과 동물과 사물의 진심을 표현한 사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글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스로를 높이지 아니하고 감정에 솔직한 그의 이야기들은 인도라는 나라를 여행할 때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 나는 걸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슬프도록 못나고 어리석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비참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우스꽝스러웠다. 만나는 사람들은 경쾌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화려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고귀했다. 만나는 사람들은 거칠었다. 세계는 좋았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여행'은 무언의 바이블이었다. '자연'은 도덕이었다. '침묵'은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침묵에서 나온 '말'이 나를 사로잡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은 좋았다. 나는 모든 것을 관찰했다. ..(p260~261) "
작가의 여행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가장 핵심이 된 부분인 듯 하여 옮겨 적어보았다. 좋게도 나쁘게도, 모든 것이 좋았다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방랑기였다.
[출처] [오늘의 책콩] 인도방랑 - 후지와라 신야 (북카페 책과 콩나무) |작성자 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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