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
책이란 참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얻고 감동을 받고 때로는 분노하기도 하고 진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책이란 것이 사람 내면의 무언가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른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를 읽고 나니 책이라는 것이 사람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아픈 영혼을 치유해주기까지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런 책을 일년에 한권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마음이 얼마나 황폐할까 하는 생각까지 절로 들었다. 힘들이지 않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에만 익숙해진 사람들은 눈으로 TV 장면을 쫓아가고 심지어는 이미 본 프로그램의 재방송까지 보느라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고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하는 순간순간에도 그 영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동기기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영상매체를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유익한 프로그램이 있다. 단 영상이란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인지라 책만큼 곰씹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책은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저자가 독서치료 시간을 통해 교감을 나누고 위안을 주고 받았던 사람들과의 소중한 시간들을 발췌한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깊숙히 안고 사는 사람들이 독서치료 과정에서 보여주는 반응들. 그 반응들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고 치유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 이러한 독서 치료가 늘 성공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자기도 모르는 무의식속의 상처를 끄집어내고 치료받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와 같은 독서치료사의 양성이 무엇보다 황폐해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가볼 것도 없다. 아이 생각만 해도 나는 가끔 죄책감이 들곤 한다. 직장다닌다는 핑계로 아이 마음을 읽어볼 기회를 일부러 회피하려고 하지는 않았나..아이에게 물질적 보상은 쉽게 주면서 정신적 위안을 주려고 노력한 적은 있는지..아직은 어려보이는 아이가 절대 어리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에서는 달동네인 산꼭대기 판잣집에 이사 온 아홉살짜리 주인공이 한 해동안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경험하다가 마침내 열살이라는 나이가 되었을 때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나치게 행복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아홉살은 세상을 느낄만한 나이이다." 즉 이미 아홉살만 되면 아이들은 세상을 느낀다는 이야기이다.
독서치료시간을 통한 어른들의 상처치료 이야기도 많은 공감이 되었지만 논술 강사로 있으면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보듬어주고 독서치료까지 병행하려고 했던 작가가 위대해 보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선생님이란 바로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감정은 감정대로 치료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이 그렇게 공감될 수가 없었다. 내가 무조건 참고 지내는 것이 절대 능사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상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정말 지나치게 행복한 사람들이 있을까. 언젠가 나도 기회가 된다면 독서치료수업을 한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업을 춤추게 하라 (0) | 2009.08.13 |
---|---|
누구나 꼭 알아야 할 외래어 상식 220가지 (0) | 2009.08.12 |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0) | 2009.08.10 |
고래가 그랬어 (0) | 2009.08.06 |
웰에이징 (0) | 2009.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