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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웰에이징


 

웰에이징

박상철 지음
생각의나무 2009.06.04
펑점

몇 년전에 100세 노인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초장수인을 연구하여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박상철 교수님이 자신의 연구와 관련된 책을 한 권 내셨다. 사실 이 책은 그동안 여러 매체들을 통해 몇 년동안 꾸준히 기고했던 다양한 건강 정보들을 재정리한 것으로 일반 독자들이 읽기 쉽게 편집되었다. 한국의 백세인들의 건강상태, 인지능력, 영향상태 등을 조사한 결과들을 TV프로그램이나 신문, 잡지 등을 통해 접했던지라 개인적으로 이번 책에 담긴 내용들도 매우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게다가 건강하게 나이먹는 것에 관한 많은 책들을 섭렵했던지라 이 책의 내용들 역시 그다지 생소하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는 요새 늙은이가 된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게 하는 항노화, 노화방지로 표현되는 안티에이징 문화에 대항하여, 오히려 노화를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웰빙(Wellbeing)이라고 한다면 사람답게 늙는 것은 웰에이징(Wellaging)이라고 단언하면서, 특히 자신이 우리나라 백세인들을 조사하면서 보고 들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 책의 내용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자신이 백세인을 연구하면서 보아온 장수인들의 삶의 모습은 바로 노화를 억제하고 반대하고 저항하고 사는 삶이 아니라 오히려 노화에 순응하고 즐기고 수용하며 살아온 삶이라는 것이다.

 

특히 백세인들은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와 사회참여에 대한 능동적 태도를 보여주었으며, 삶에 규칙성, 절제성, 지속성, 그리고 리듬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들을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 몸은 변하게 되고, 질병에 걸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장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백세인들의 연구를 기초로 한 이 책을 통해 노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젊은 세포와 노화 세포를 대상으로 독성 자극을 주어 반응을 비교한 실험 결과가 매우 흥미로웠다. 저강도에서 젊은 세포는 반응을 하나 늙은 세포는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고강도의 자극을 주었을 때 젊은 세포는 죽어버렸고 늙은 세포는 반응이 낮은 대신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늙은 세포, 늙은 동물이 외부의 강한 독성에 높은 생존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결국 노화란 죽음의 전단계가 아니고 오히려 생명체가 생존을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적응적 변화란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 한다. 사실 다른 질환이 나타나지 않으면 노화 자체로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 중에서도 생활에 불편을 받는 사람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나이가 들면 청력과 시력이 변화하는 것은 알았지만 미각이 변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또한 성격은 30세 이후가 되면 비교적 변함이 없기에 갑작스런 성격의 변화가 생기게 되면 어떤 질병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각 뿐만 아니라 후각의 경우에도 노인들의 냄새 감각의 저하가 맛보다도 더 현저하기 때문에 냄새감수능이 낮으면 음식에 대한 매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과일, 채소 등의 냄새 주성분을 추출하여 첨가하거나 참기름이나 육류를 굽는 냄새를 강조해주면, 노인들에게 음식의 맛을 증진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노인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게 될 시대에는 이것이 또 하나의 사업거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언뜻 해보았다. 나이가 들면 후각, 미각, 소화 기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음식도 달려져야 하고, 생체에 필요한 영양분의 비중도 변화해 식생활도 바꾸어야 하기에 노인들을 위한 균형있는 식단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 중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몸에 좋다고 알려진 생선을 잘못 먹어서 위암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어류의 단백질이 쉽게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이라는데, 이 분해된 산물 중 상당량이 2급 아민으로 변하고, 2급 아민이 산도가 높은 상황에서 천일염 등 소금에 많이 함유된 아질산염을 만나면 니트로사민으로 변하게 되고, 이것이 발암물질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신선한 생선만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맛을 내기 위해 숙성하는 방식의 일본식 생선회는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아질산염 섭취를 최소화하도록 하고, 니트로사민 생성을 억제시키는 비타민C 등이 많이 함유된 채소를 같이 섭취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전통식단이 건강에 매우 좋은데, 그 중에서 특히 된장이나 청국장 등 발효식품의 경우 발효과정에서 만들어 내는 비타민B12가 채식위주의 식단에서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해준다고 한다. 그 밖에 흥미로운 먹거리 이야기 중에서는 조리 방법에 따른 육류의 발암능 생성을 비교한 연구결과가 재미있었다. 쇠고기를 숯불에 굽는 경우, 돌판에 굽는 경우, 철판에 굽는 경우, 불고기판에 굽는 경우, 찜을 한 경우 또는 전자렌지에 익힌 경우를 비교하였는데, 돌연변이 유도능은 숯불구이, 돌판구이, 철판구이, 불고기판 구이, 찜, 전자렌지의 순으로 격감했다고 한다. 이것은 고기를 굽는 온도의 차이 때문인데, 가열온도가 높아지면 돌연변이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육류를 섭취할 때는 가능한 한 낮은 온도에서 가열하거나, 또는 모든 육류를 삶거나 쪄서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적 장수지역인 일본 오키나와의 경우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데, 이곳에서는 반드시 돼지고기를 몇 번 씩 삶아서 먹는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먹거리 이외에 장수인들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관심사항들을 몇 가지 전해주고 있다. 특히 백세 장수인들을 누가 봉양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인것 같다. 현재 조사된 결과, 백세인 가운데 3분의 2가 맏며느리와 같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큰 아들이 부모를 모시는 우리 전통사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전통이 없어지는 마당에 맏며느리 봉양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노인 봉양문화 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 밖에 여성과 달리 남성의 경직된 사고체계와 문화를 개선하여 나이에 상관없이 함께 어울리고 대화하고 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남성 백세인이 장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 따른 장수 패턴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실은 사회변화에 따라 장수도가 크게 변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래서 지역사회의 문화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을 통해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서는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아울러 내가 나이들어 가면서 정말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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