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낙원 늑대 벌판 한가운데 있다
김의규 지음
나무와숲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모양일까?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본다는 것.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는 것.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은 늘 가까이 언제든 볼 수 있지만 파편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파편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만들기는 1000개의 직소퍼즐을 맞추기 만큼 어렵다.
직소퍼즐의 그림을 알고도 맞추기가 어렵듯이 우리의 모습을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알고 있지만 이를 정형화하기는 마찬가지로 어려운것이다.
숲속에서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일 뿐이듯 일상을 벗어나야 일상의 모습이 보일텐데 그것이 되지 않는것이다.
'양들의 낙원, 늑대의 벌판 한가운데 있다.'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중에 나의 모습이 있고, 내가 늘 부정하지만 나일수 밖에 없는 나의 모습, 우리의 모습이 있다.
저자 김의규는 양(羊)에 기대어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 싶어한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너의 모습이야,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야"라고 고드름처럼 날카롭고 차갑게 말하기에 두려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우리들의 모습에 양의 탈을 씌웠고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이며, 인간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나이 들어 물질적 권력에 멀어진 우리에게서는 지혜를 발견하고,
힘없이 움추린 우리에게서는 숨겨진 힘을 찾아낸다.
강한 자는 영원히 강하지 않고 다시 그 힘으로 인해 약해질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의 짧은 글들을 하나둘 읽어가면서 숨어있는 나의 모습,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상시 노력하지 않아서, 혹은 보고도 보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천히 읽으며 부끄럼을 닦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우리아이들에게 혹시 이렇지 않았는지 되돌아 본다.
늘 일등이 되어야 한다고 경쟁과 노력을 강요하는 아비에게 새끼양은 흐느낀다.
" 아버지, 저는 일등보다 이등을 했으면 좋겠어요.
일등은 이등한테 밤낮으로 쫓긴다구요.저는 앞서는 것이 아니라 쫓기는 거라구요."
아비양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한다.
"아니 이놈아! 그러면 이등은 삼등에게 쫓기고, 삼등은 사등에게 쫓기고,
그렇다면 꼴찌가 제일 낫겠구나.'
by 북카페 책과 콩나무 - 남쪽나라(shinsson)